[파이낸셜리뷰=채혜린 기자] 올해 하반기 식품업계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보호우산을 만난 듯 하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과 맥주 등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는데 여론의 반응은 사뭇 조용하다.
그 동안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식품물가의 경우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론의 뭇매도 감수해야 했다.
실제로 소주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말 ‘참이슬’의 출고가를 올린 이후 그에 대한 여파가 무려 3개월 동안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역사상 유일무이한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의 이목이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된 지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힘겹게 올렸던 가격을 최순실 게이트에 편승해 쉽게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이와 관련 코카콜라는 지난 10월말 코카콜라와 환타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 인상했다. 이후 제빵 프랜차이즈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가 이 달 4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며 이 릴레이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초부터 가격인상설을 흘려왔던 오비맥주는 지난달 1일부터 주요 맥주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한다는 보도자료를 지난 10월말 배포했다. 이후 맥주시장 2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도 22일 슬그머니 맥주 출고가 인상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업체 1위인 농심도 가격 인상 대열에 가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최소 2년에서 4년 넘게 가격을 동결하다 임차료와 인건비, 물류비, 원부자재 등 상승을 들어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안다. 일부는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식품업체들 입장에서는 장기 불황과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만으로도 가격인상 요인은 충분하다. 올해 3분기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적 개선의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가격인상은 필수적인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가격이 오른만큼 제품의 품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에 대한 반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른 가격만큼이나 더 나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
때문에 업체들은 가격인상을 한 만큼 제품 및 품질 개선을 밑바닥에 깔고 품질향상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온 나라가 어지러운 틈을 타 슬그머니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품업계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얄팍한 가격인상보다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가격인상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회사가 우리나라에도 나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