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베트남 진출도 실패…‘대만 진출’ 성공한 쿠팡과는 대조적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우리가 어떤 민족이었냐구요? 우리가 언제부터 배달비를 내는 민족이었습니까? 옛날에 짜장면 배달시키면서 배달비 낸 기억은 없는데 말이죠.”
배달의민족이 ‘풍요 속 빈곤’에 시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무려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독일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배달업계 1등이라는 우월적 지위 마저도 ‘와우회원에게는 배달비 무료’를 앞세워 거세게 치고 들어온 쿠팡이츠 때문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쿠팡이츠를 의식한 것인지 배민에서는 부랴부랴 수도권을 시작으로 ‘배달비 무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외진출 마저도 쉽지 않다.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법인 ‘우아브라더스 재팬’은 지난해 완전 청산 수순을 밟았고, 베트남 법인인 ‘우아브라더스 베트남’ 역시도 사업 완전종료로 철수를 선언했다. 쿠팡이 대만 진출을 성공적 시킨 것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웃지 못할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의 그 속끓는 사정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 배당금도 서프라이즈
독일 모회사 DH, 중간배당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 대부분 챙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쓰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4155억원으로 전년(2조9471억원)보다 15.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4241억원) 대비 무려 65%나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5336억원이었다.
역대급 실적 이전에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지급한 중간 배당금 액수도 또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난해 4월10일 지급된 배당금액만 무려 4127억3205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2023년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5336억원 가량이기 때문에 DH가 80% 가량을 챙겨간 것으로 비쳐지지만, 중간배당이 2023년 4월10일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모회사가 2022년까지 쌓여있던 미처분이익잉여금 4438억7096만원의 대부분을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모기업인 독일로 엄청난 액수의 배당금이 흘러가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배달의민족 ‘배민1’ 서비스 등을 둘러싸고 높은 배달비‧수수료 문제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너무 비싸진 배달비로 인해 “음식(님)이 택시를 타고 오시는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배달의민족이 등장하기 전 짜장면 배달도 무료였던 시절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은 배민이 소비자들로부터는 배달비를, 사장님들로부터는 수수료를 받아 챙기며 몸집을 키운 것도 모자라 그렇게 모인 돈을 독일 모회사에 갖다 바쳤다는 날선 지적까지 쏟아내기도 했다.
물론 우아한형제들에서는 “고금리 상황 속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배당성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대주주인 DH가 배당을 가져가야만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에 DH가 배당금을 두둑하게 챙겨간 것은 일종의 ‘비용회수’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이 2022년과 2023년 흑자를 냈지만 2024년까지 호실적을 낼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앞에 놓여있는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배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경쟁사인 쿠팡이츠가 ‘배달료 무료’를 꺼내들며 배달의민족을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26일부터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한 음식값 할인 혜택을 ‘무료배달’로 전환해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그 여파인지 입점매장 및 주문수가 가파르게 성장했고 뒤이어 1일 배달의민족이 수도권을 시작으로 ‘알뜰배달’ 배달비를 무료로 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쿠팡이츠의 추격에 놀란 배민이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배달업계 내에서 배민의 위상이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일본‧베트남 시장 진출 실패…대만진출 성공한 쿠팡과 대조적
쿠팡 도발에 배달비도 포기한 우아한형제들, 올해 실적 어떨까
우아한형제들이 야심차게 꺼내든 ‘해외진출’ 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을 중심으로 한 우아한형제들의 일본 법인 ‘우아브라더스 재팬(WOOWA BROTHERS JAPAN)’은 지난해 기준으로 완전히 청산됐다.
지난 2020년 “국내에서 키운 배달사업 역량을 해외 시장에서도 발휘하겠다”며 ‘푸드네코’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결국 배달시장 공략에 실패했다.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 특유의 ‘B급 감성’이 일본 문을 뚫지는 못했던 것이다.
일본에서 우아한형제들이 맛본 실패는 지난 2014년 라인과 손잡고 ‘라인와우’라는 이름의 배달앱으로 일본에 진출했다가 1년 만에 실패한 이후 두번째다.
베트남 법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음식주문플랫폼 제공 및 배달대행업을 주요 영업활동으로 삼은 ‘우아브라더스 베트남(WOOWA BROTHERS VIETNAM COMPANY LIMITED)’ 역시도 2019년부터 지속돼온 적자의 고리를 끊지 못한채 지난해 기준으로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베트남 음식배달 시장 점유율 1위는 글로벌 기업인 ‘그랩’이, 2위는 ‘쇼피푸드’가 차지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지 플랫폼이 꿰찬 정글을 공략하지 못한채 독일 본사인 DH의 결정 하에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일본과 베트남에서 실패를 맛본 우아한형제들의 행보는 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쿠팡의 행보와 비교된다.
쿠팡은 지난 2022년 10월 로켓직구와 로켓배송을 론칭하며 대만에 진출한 이후 약 6개월 만에 현지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 1위 자리를 꿰찼다. 대만시장 진출 1년 만에 두번째 풀필먼트센터를 개소하며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건강한 배달문화 조성을 위해 2030년까지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ESG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배민을 향해 “수수료‧배달비나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도발에 스스로 만들어낸 ‘배달비’ 마저 포기한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국내에서 얼마나 실적을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