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8년 만에 최저치...32위 기록
상위권은 스위스 등 북유럽 국가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대한민국 ‘여권 파워’는 전 세계 최상위권인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준에 따라 여권 파워는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한다.
얼마 전 헨리앤드파트너스(Henley & Partners)에서 공개한 2024 헨리여권지수에서 대한민국이 2위를 차지했다. 헨리여권지수는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기준으로 순위를 측정한다. 대한민국은 비자 없이 무려 193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마드캐피탈리스트가 발표한 2024 노마드여권지수(2024 Nomad Passport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2020년 11위를 찍고 하락 전환하며 올해는 32위에 머물렀다.
헨지리수는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국가로 순위를 정하지만, 노마드 여권지수는 여기에 국가별 세제 비율, 이중 시민권, 국가인지도, 여행자유지수 등을 포함한다.
무비자 여행 50%, 과세 20%, 글로벌 인식 10%, 이중 국적 보유 능력 10%, 여행 자유도 10% 비중으로 환산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글로벌 여행 정보 자료도 기준이 된다.
노마드 여권지수는 단순히 여행의 편의성과 자유를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각 국가의 정치·경제·사회적 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에 해당 국가가 국제 사회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과 잠재력을 가지는지 파악하는 기반도 된다.
노마트캐피털리스트는 우리나라가 2021년 전자여권을 도입했고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가 늘었지만 과세제도, 이중 시민권, 여행자유도(언론의 자유, 군복무, 정부 감시 등을 평가) 등에서 점수를 잃어 순위가 내려앉은 것으로 분석했다.
선진국 여부에 상관없이 글로벌 진영논리에 따라 여권지수는 순위를 달리했다. 미국(44위)과 일본(38위)·중국(120위) 모두 우리나라(32위)와 비교해 한참 뒤처져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글로벌 주요 국가가 동맹과 협력 등으로 갈라지면서 순위가 뒷걸음질 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북유럽 주요국 대부분은 원칙적으로 군사동맹을 거부한 중립국이 대부분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주의를 표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들의 여권 파워가 높게 나타났다.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 파워를 가진 나라는 109점을 차지한 스위스다. 스위스는 특히 여행 부문에서 17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위스 여권 소지자는 총 176개국을 입국할 수 있는데 이중 비자 면제 국가가 무려 121개국이다. 또한 국가 이미지, 이중 시민권, 자유 세 가지 부문에서 최고 점수인 50점을 받으며 1위 자리에 올랐다.
2위는 아일랜드가 차지했다. 아일랜드 역시 국가 이미지, 이중 시민권, 자유에서 50점을 기록했지만 여행 점수에서 스위스보다 1점 낮은 175점을 받아 108.50점으로 2위에 머무르게 됐다.
이어 포르투갈(3위), 룩셈부르크(공동 4위), 핀란드(공동 4위), 아랍에미리트(공동 6위) 등의 국가가 상위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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