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사랑하는 호암미술관, 전 세계 불교 작품을 한 장소에서 만나 볼 기회
이재용이 사랑하는 호암미술관, 전 세계 불교 작품을 한 장소에서 만나 볼 기회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4.06.0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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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불교 안에서 찾은 자아
전 세계 불교 작품 만나 볼 일생일대의 기회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삼성 이병철 창업 회장부터 이건희 선대 회장, 이재용 회장에 이르기까지 삼성家의 예술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호암미술관 전경./사진=삼성전자
호암미술관 전경./사진=삼성전자
특히 1982년 4월 개관한 호암미술관은 민족문화를 향유 하고자 한 이병철 회장의 의지가 담긴 곳이다. 이병철 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해외에 유출되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소멸 위기에 놓인 귀중한 민족문화의 유산들을 수집하고 보호하고자 설립됐다.
전통정원 희원 전경./사진=김희연 기자
전통정원 희원 전경./사진=김희연 기자
호암미술관은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헨리무어, 로뎅 등 전 세계 거장들의 작품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 기간에 외관을 새롭게 단장해 입구부터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깥과 안의 경치가 서로 어울려 소통하듯 자연스럽게 주변환경과 어울리는 정원은 관람 후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통한다. 
희원./사진=김희연 기자
전통정원 희원 황금연꽃./사진=김희연 기자
호암미술관의 상징인 전통정원 '희원'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작품이다. 호암미술관 개관 당시 미술관 앞 정원은 100여 점의 조각이 전시된 야외 조각 전시장이었으나 선대 회장 주도로 한국 전통정원인 '희원(熙園)'으로 탈바꿈했다.
미술관 로비./사진=김희연 기자
미술관 로비./사진=김희연 기자
현재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테마로 한 동아시아 불교미술 특별 전시가 16일까지 펼쳐진다. 이번 기획전의 기획과 전시에 5년을 공들인 만큼, 국내외 흩어진 27개 컬렉션과 92개의 동아시아 불교미술 걸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석가여래삼존도'를 소장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 4곳, '영국박물관' 등 유럽 3곳,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 11곳 등에서도 작품이 왔다. 모두 원래는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지만 구경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아래)', '수월관음보살도(아래)' 등 9점은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건 여성이 바라본 불교 미술을 다뤘다는 점이다. 전시회 제목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불교 경전에서 따온 말이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더러워지지 않으며 그저 향기롭고 아름답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사회와 제도의 제약 속에서도 불교를 믿고 후원했던 여성들을 연꽃에 비유했다.

미술관 내부./사진=김희연 기자
미술관 내부./사진=김희연 기자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우선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에서는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인간, 보살, 대지모신의 모습으로 소개한다. 지난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당시 사람들이 불교를 통해 무얼 소원했는지, 이를 위해 어떤 공덕을 쌓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백제의 아이돌, 금동 관음보살 입상

금동 관음보살 입상./사진=김희연 기자
금동 관음보살 입상./사진=김희연 기자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1907년 부여 규암면 절터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1929년 일제 강점기 때 처음 공개돼, 95년 만에 선보인 전시회의 인기 작품이다. 26.7cm의 아담한 크기로 백제를 상징하는 미소가 인상적인 관음보살상은 백제 미술이 최고로 발달한 7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웃는 모습이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소년 같으면서도 전체적인 몸선은 곡선미를 지닌 소녀가 연상되기도 한다. 2부에서는 <여성의 행원(行願)>을 소개한다. 행(行)은 자비의 실천이고, 원(願)은 욕심이다. 원을 행으로 바꾸려면 마음에 부처를 두어야 한다고 봤으며, 이를 지킨 여성들 이야기가 나온다. 행원은 다른 말로 "부처의 자비로 다른 이를 해탈시키려는 간절한 마음"이다. 이렇듯 불교 미술품을 넘어 생활 속에서 불교의 후원자와 불화의 제작자로서 살아가고자 했던 여성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7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사진=김희연 기자
직접 글씨로 쓴 경전을 의미하는 사경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공덕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 최상류층 여성이 만들게 했다.  법화경 사경은 어려운 내용을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며, 고려와 조선의 여성들도 사랑하는 이들의 명복과 안녕을 빌고자 법화경 사경을 앞다투어 발원했다. 이 같은 사경의 발원문에는 신앙의 주체로서 살아가고자 했던 여성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감자금니 묘법연화경 발원문 일부./사진=김희연 기자
당대 최고 권력자의 아내 혹은 어머니였을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1345년 조성한 고려시대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7권이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 됐다. 차별적 시선 속에 고려시대 여성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었기에, 내면화를 통해 공덕을 쌓아 궁극적으로 성불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디지털 돋보기./사진=김희연 기자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전시장 내 '디지털 돋보기'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전시를 5번 관람하며,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나전 국당초문 경함

나전 국당초문 경함./사진=김희연 기자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고려시대에 두루마리 형식으로 불교경전을 담았던 직사각형의 상자다. 0.5cm밖에 안 되는 작은 국화 잎이 일렁이는 문양이 돋보인다. 국화 잎은 전복 안쪽 껍데기를 가공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고려 나전칠기의 명성이 나라 밖으로 퍼지자 1272년 원나라 세조의 황후는 대장경을 넣어 둘 경전함을 요구했다. 이에 고려는 임시 관청인 '전함조성도감'을 설치하고 국가 장인들이 체계적으로 '나전 경함'을 대량 제작했다.  나전 국당초문 경함은 13세기 전함조성도감에서 일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 단 6점만이 남아있으며, 모두 일본, 영국 등 해외 기관 및 개인의 소유다.  이밖에 이건희 선대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됐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다. 이병철 창업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 "60세 무렵부터 수집품을 어떻게 후대에 남길 것인지 이리저리 생각했다. 비록 개인 소장품이라고는 하나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며 "이것을 영구히 보존해 널리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는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미술 사랑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국민들에게 명작의 힘과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며 "국내 미술문화 부흥과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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