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이혼 사건의 위자료 액수는 보통 3천만원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 이혼소송 위자료로 무려 2억원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이 있어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적 의미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1974년 혼인신고로 부부가 된 A와 B는 자녀 3명을 뒀고, B는 2006년 12월 A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B는 혼인기간 중 다른 여자를 소개받아 만나기도 했고, 일방적으로 가출한 후 A와 연락을 끊었으며 가출한 지 얼마되지 않아 다른 사람과 부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의 행동을 했으므로 B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고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로서 이유 없다”는 취지로 이혼청구를 기각했습니다. B는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돼 확정됐습니다.
B는 첫 이혼소송 판결이 확정된 후 약 2년 7개월이 경과한 2016년 6월 A를 상대로 다시 이혼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에서는 유책배우자인 B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2심은 이와 다르게 보았습니다.
2심은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B의 유책행위에 있는데, 혼인기간 동안 A와 B 사이에 재산관리 주도권 등을 둘러싼 갈등도 혼인 파탄의 상당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유책배우자인 B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위 판단에 대해 양측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으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후 A는 B를 상대로 “부부 사이의 혼인 파탄의 직접적인 책임은 B에게 있다”는 취지로 A를 상대로 위자료 5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제2부는 A가 B에게 제기한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B는 A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승소 판단을 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면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재판부가 A가 B에게 2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인정한 근거는 같습니다. “A가 B를 상대로 두 차례 진행한 이혼소송을 다투는 과정 그 자체가 A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며, 유책배우자인 B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역시 A에게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줬을 것으로 예측되는 점, 첫 이혼소송을 제기한 직후부터 B는 A를 상대로 각종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부분 패소하였는데, 이러한 관련 민사소송 진행이 A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B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A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으면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다수의 여성들과 여러 차례 부정행위를 하는 등 정신적·육체적인 측면에서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 등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일반적인 이혼소송의 위자료 청구 및 인용금액과 비교하여 지극히 이례적인 수준으로 많은 위자료가 인정된 사안이므로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참작할 만한 포인트가 많습니다. 특히, 유책배우자가 2차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혼청구가 인용되기는 했으나 장기간의 이혼소송이 진행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컸을 것으로 보이며 관련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혼소송이 복잡하게 진행되는 경우 관련 민사소송에서 다양한 쟁점이 다루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이혼소송 진행을 결정하는 것만으로 부부관계 종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장두식 변호사 약력
2022~현재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2019~2022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2020~현재 대법원 국선 변호사
2023 서울중앙지방법원 논스톱 국선변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