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책벌레들의 성지, 서울국제도서전 2024 
[르포] 책벌레들의 성지, 서울국제도서전 2024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4.06.28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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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헉 작가님을 여기서 뵙다니, 이런 행운이!” 평소 즐겨 읽던 작가의 책을 둘러보다 인기척이 느껴진 순간, 책을 쓴 저자가 진짜 눈앞에 나타나 말을 걸었다. 출판사 부스에서 좋아하는 작가와 우연히 마주친 한 방문객은 작가의 친필 사인을 직접 받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서울국제도서전 전경./사진=김희연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전경./사진=김희연 기자
올해로 66회째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은 해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책덕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책으로 소통과 만남이 이뤄지는 이곳에선 출판사 및 저작권 관계자는 물론 행사장을 거니는 작가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간혹 위의 사례처럼 ‘성덕(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이 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올해는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총 5일에 걸쳐 진행된다. 평일 대낮인데도 발 디딜 틈 없이 긴 줄로 늘어선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성인 10명 중 절반 이상은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다는 통계가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책을 향한 이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사진=김희연 기자
참가사는 저마다의 체험 및 셀링 포인트를 내세우며 방문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각축전을 펼쳤다./사진=김희연 기자
총 19개국 452개의 참가사가 모여 전시, 강연, 세미나. 이벤트 등 45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방문객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강연 및 사인회에 참석할 수도 있고, 관심 있는 출판사나 작가의 책이 위치한 부스를 자유롭게 구경하며 다양한 책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최 모씨(23세)는 “익숙히 알려진 대형 출판사를 비롯해, 그동안 접하지 못한 다양한 출판사의 책을 접할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말과 글로 소통하는 공간

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독자들./사진=김희연 기자
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독자들./사진=김희연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셀링 포인트는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이다. 도서전에서는 사인회나 북토크 등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며,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밀리의 서재 체험부스./사진=김희연 기자
밀리의 서재 체험부스에서 마지막 단계 미션을 완료하는 모습./사진=김희연 기자
이야기는 글로도 통한다. 밀리의서재는 밀리독서연구소 부스를 통해 책을 읽어야 하는 각자의 의견을 적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했다. 
사진=김희연 기자
 '동네서점’을 소개하는 공간./사진=김희연 기자
한국서점인협의회 부스에서는 한쪽 벽면에 ‘내가 사랑한 나의 동네서점들’을 테마로 방문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동네서점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자리했다.

#오색빛깔 부스 체험
도서전이라고 해서 비단 책벌레들만의 천국은 아니다. 책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자연스레 흥미를 느낄 만한 이색 체험과 이벤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사진=김희연 기자
개인별 책 큐레이션 해주는 부스./사진=김희연 기자
특히 개인화 시대에 본인만의 취향을 추천해 주는 마케팅이 두드러졌다. 부스에선 방문객의 마음에 드는 문구가 담긴 엽서나, 독서 취향 테스트를 통해 어울리는 책갈피를 증정해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퍼스널컬러 및 MBTI별로 어울리는 책, 띠 및 별자리 유형에 따른 책, 고민 유형에 최적화된 책, 같은 생일에 태어난 작가의 책을 추천해 주는 등 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체험 부스가 방문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창비의 체험 공간./사진=김희연 기자
창비의 체험 공간./사진=김희연 기자
책을 즐기는 데에는 시각만 사용되는 건 아니다. 창비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은행나무 부스./사진=김희연 기자
은행나무 부스./사진=김희연 기자
은행나무는 향과 어울리는 책을 큐레이션 해 독서 체험 내내 은은한 향기도 맡을 수 있다.

#도서 전시로 떠나는 책 산책

후이늠전./사진=김희연 기자
후이늠전./사진=김희연 기자
도서전 한쪽에는 올해 주제인 ‘후이늠’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도서 전시가 펼쳐졌다. 후이늠은 걸리버가 네 번째 여행지에서 만난 나라로 이성적, 상식적으로 완벽한 유토피아 세계이다. 독자들은 400권의 큐레이션 도서와 함께 걸리버의 발자취를 따라 저마다의 후이늠을 그려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전시./사진=김희연 기자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전시./사진=김희연 기자
후이늠 부스 옆으로는 총 4개 분야에 걸쳐 선정된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이 펼쳐져 있다. 관람객들은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 등 선정된 도서의 책장을 한 페이지씩 넘기며 음미할 뿐만 아니라, 각자만의 주관된 평가도 내려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부스 앞./사진=김희연 기자
오만 술탄국 부스 앞./사진=김희연 기자
국제 도서전이니만큼 오만, 노르웨이, 대만, 태국 등 다양한 국가의 책과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타짐이니셔티브, 다라 재단, 국제 살만 아랍어 아카데미, 압둘아지즈도서관 등의 책을 전시했다. 낯설고도 가까운 중동 문학을 접할 기회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부스 관계자는 이번 도서전을 통해 “책과의 친밀도와는 별개로 하루 종일 둘러봐도 지루할 틈이 없는 도서전에서 책과의 특별한 추억을 쌓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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