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이라도 카페인 소량 함유, 제조공정 따라 유해성 우려도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건강과 즐거움을 조합한 신조어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식품 트렌드로 급부상한 가운데, 설탕을 뺀 제로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트렌드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 디카페인 커피 누적판매량은 1억잔을 돌파했다. 2017년 8월 국내에 디카페인 커피를 선보인 이후 이듬해 11월 누적 1000만잔을 넘어 매년 1000만잔 넘게 팔리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끝에 이같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로 아메리카노 중 디카페인 아메리카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9%로 2019년(6.6%) 보다 2.3%p 높아져 11명 중 1명 꼴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 디카페인 커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지난해 판매량이 2019년 대비 79% 늘어났다.
지난 달인 6월 21일부터 30일까지 이디야커피는 저녁 시간대 ‘디카페인 옵션 무료 변경 프로모션’을 한시적으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늦은 저녁시간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는 이들도 카페인 걱정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한 프로모션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편의점 커피의 대표주자 ‘세븐카페’를 판매하는 세븐일레븐에서도 트렌드에 발맞춰 15일부터 전국 점포에 디카페인 원두를 전격 도입하고 나섰다. 레귤러부터 슈퍼벤티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등 모든 세븐카페 메뉴를 디카페인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생두·원두 수입량은 6521톤으로 2018년 대비 약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세븐일레븐이 지난 6월 디카페인 커피 제품군(음료‧믹스‧원컵 등)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동기 대비 약 7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카페인 커피의 인기는 최근 들어 젊은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헬시플레져(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연결돼있다. 즐겁게 건강관리를 한다는 뜻의 ‘헬시플레져’는 내가 먹는 음식이나 생활패턴을 극단적으로 조절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골자다.
설탕을 뺀 제로 음료나 카페인을 뺀 디카페인 음료, 밀가루 면 대신에 두부나 곤약을 활용한 면으로 음식을 즐기고 일상 속 작은 습관으로 조금씩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헬시플레져의 예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술자리로 저녁모임을 하기 보다는 식사와 커피로 대체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수면을 방해하는 카페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디카페인 커피라 할지라도 너무 많은 섭취는 좋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카페인 함량을 90% 이상만 제거하면 디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는 만큼, 아예 카페인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카페인 과다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물을 이용해서 카페인을 분리하는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방식과 달리, 용매인 메틸렌 클로라이드나 에틸 아세테이트를 이용해 카페인을 분리하는 공정이라면 부작용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디카페인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은 아라비카 품종과 달리 향 보존에 강한 반면, 체내 지방산 생성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특정 질환 발병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