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충격 완화와 내수진작을 위해 우리나라 재산세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이하 상의)이 발표한 ‘재산세제의 합리성 제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은 자산을 보유하거나 매매할 때 취득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양도세, 상속세 등 모든 관련 세금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산세제인 상속세와 종부세는 경제규모 대비 부담이 과중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모든 재산세제의 부담 수준은 OECD 평균을 상회한다. 2021년 기준 GDP 대비 재산세제 비중을 비교하면 거래세는 한국이 2.59%로 OECD 평균 0.51% 보다 높다.
보유세 비중은 한국 1.18%, OECD 평균 1.00%이다. 양도세 비중은 한국 1.77%, OECD 평균 0.21%이며, 상속세 비중은 한국이 0.33%로 OECD 평균 0.20%를 초과한다.
상의는 최근 가업상속공제 확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상향 등 일부 제도개선이 이뤄졌지만, 불합리한 과세체계로 인해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담 수준의 적정성, ▲효율성(경제적 의사결정의 왜곡가능성), ▲형평성(특정 소득계층의 부담 집중가능성) 측면에서 재산세제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세부담 급증, ‘내집 마련’ 진입장벽 초래
보고서는 취득, 보유, 양도 단계에서 발생하는 재산세제 부담이 2010년 이후 지속 증가해왔음을 지적했다.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의 GDP 대비 금액 비중을 합하면 OECD 평균은 2010년 1.45%에서 2021년 1.72%로 증가세가 미미한 반면, 동기간 한국은 2.92%에서 5.54%로 급증했다. 2018년 종부세 부담을 강화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 관련 세부담의 급증은 주택의 수요·공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고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주택 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장기적으로 주택구매 수요자에게 지금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5년에 도입된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와 중복 과세되어 시장왜곡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보유주택 수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를 달리 적용하지만 이러한 차등적인 과세 체계는 주요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성장 궤도 및 국민경제 잠재성장률 훼손
세부담의 적정성 측면에서 상속세를 평가할 경우 최고세율이 OECD 국가 중 최상위일 뿐 아니라, 소득세와 합산한 최종적인 세부담도 최고수준임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이 45%인 점을 고려하면 피상속인이 형성한 재산에 대해 생전과 사후에 부과되는 총 세금부담률이 최대 72.5%에 달하며 이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시에는 총 부담이 78.0%로 OECD 중 가장 높다.
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 등 7개국만 상속세 최고세율이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는 이미 소득세가 과세된 자산에 대해 다시 과세되는 것으로 이중과세 문제가 큰데,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더 높은 역전 현상이 있어 이중과세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상속 공제금액의 장기간 미조정으로 인해 세부담이 가중되어 왔다는 점도 언급됐다. 우리 경제규모가 확대된 것도 있지만, 조세구조가 물가상승 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세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24년 6월까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2.4%로 자산가격은 약 두 배 증가한 반면, 상속세 공제금액은 일부 조정을 제외하면 거의 변동이 없었다.
효율성 측면에서 상속세를 평가하면 특히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가업상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강조됐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분율 유지가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로 인해 승계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의 비자발적인 처분을 강요받고 있는 격이다.
재산과셰 불합리성, 국민 자산형성에 악영향
보고서는 재산과세의 불합리성이 국민의 자산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적 안정성을 저해한다며 재산과세의 대표격인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상속세를 폐지한 주요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본이득세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승계의 경우 주요국들은 차등의결권 주식을 이용하거나 공익법인 주식출연 등을 허용해서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 중대한 경영권 위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과중한 세금부담을 처분시점까지 과세이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둘째, 현행 상속세제 유지가 부득이하다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및 공제액 상향이 필요하다. 상속세의 현행 과세표준 및 세율 체계가 적용된 2000년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한 물가수준에 비해 공제액 및 세율이 거의 조정되지 않아 암묵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증가해왔다.
최근 정부는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배우자공제액 등을 올리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상의는 부동산에 치중된 우리나라의 왜곡된 자산 구조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금융재산 상속공제 한도액을 2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할 것을 추가로 제안했다.
또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시행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사실상 강요된 사업의 단절'을 야기해 장기간 축적된 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소멸시키고, 고용의 유지·확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 주택의 거래단계별 세부담을 현실화할 것을 제안했다.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와 중복 과세되는 상황에서 공제가 불완전해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세율 인상으로 인해 잠재적 매수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주택 거래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에 상의는 현재 보유 주택 수 등에 따라 최대 5%인 종부세의 최고세율을 2018년 이전 수준인 2%로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과도한 재산과세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기업의 경영권 불안 및 국민경제에 손실을 낳을 수 있다”며 “국민과 기업이 미래를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보장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