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식품업계의 위기, 스마트팜이 ‘돌파구’ 될까
[이코리뷰] 식품업계의 위기, 스마트팜이 ‘돌파구’ 될까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4.07.30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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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따른 폭염과 집중호우, 채소‧과일 가격 출렁…불확실성 커져
‘농심’ 필두로 K-스마트팜 수출 가속도, CJ프레시웨이도 사업 고도화
풀무원‧아워홈‧신세계푸드도 농산물 확보…수급 안정화, 해결사 될까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이상기후에 따른 여름철 폭염과 장마철 집중호우로 채소‧과일 가격이 일제히 출렁이고 있다.

서울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 1통의 가격은 29일 기준 2만6071원으로 평년 대비 23.34%, 전월 대비 25.21% 올랐다. 

같은날 ‘적상추’ 가격은 100g 기준 2169원으로 평년 대비 35.39%, 전월 대비로는 무려 127.6% 올랐으며 ‘배추’ 역시도 1포기 기준 5529원으로 평년 대비 25.46%, 전월 대비 53.63% 올라 장보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농작물 가격상승은 수급에 영향을 받는다. 이상기후로 작황 상태가 좋지 않으면 농작물 수급에 적신호가 켜지고,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대한민국 농업계는 큰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농업의 위기 속 농림축산식품부와 주요 식품기업들은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ICT(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 토양상태 등을 분석해 제어함으로써 작물 재배에 적절한 상태로 바꾸는 기술이다. 

요즘 늘어나는 추세의 ‘식물공장’은 스마트팜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수직형의 구조에 자동제어환경, 수경재배, 인공조명 등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다 보니 폭염이나 폭우 피해로부터 안전하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스마트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사막이나 남극 등의 볼모지 외에도 우주에서도 작물을 재배하는데 스마트팜을 활용하는 구상이 현재 진행 중이다.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팜을 통한 위기돌파를 꾀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스마트팜 기술에 힘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농심 ▲CJ프레시웨이  등이 꼽히며 ▲풀무원 ▲아워홈 ▲신세계푸드 등도 스마트팜 관련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뛰어들고 있다.

#농심
‘농부의 마음’이라는 뜻의 한자어를 사명으로 하고 있는 농심은 30여년 전부터 스마트팜에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에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주도로 스마트팜에 더욱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은 1995년 강원도 평창에 설립된 ‘감자연구소’를 시작으로 2008년 안양공장 내 수직농장을 만들어 기술개발에 나섰으며, 2018년 사내 스타트업팀을 구성한 뒤 60평 규모의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재배시설과 200평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신설하며 사업을 본 궤도로 올렸다. 

이러한 움직임은 가시적인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오만에 20만 달러 규모의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처음으로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카타르를 국빈 방문했을 당시 도하 알 비다 공원에서 열린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에서 농심 이병학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형 스마트 농업 전시관을 찾은 대통령에게 스마트팜 원격제어 기술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사우디 시범온실 조성 및 운영)’에 선정되며 K-스마트팜의 해외진출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농심은 중소기업 3개사 ▲온실운영과 작물 재배기술 이전을 담당하는 ‘에스팜’ ▲스마트팜 관리 AI로봇 기업 ‘아이오크롭스’ ▲스마트팜 플랜트 정보기술기업 ‘포미트’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25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을 맡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농심이 협약식을 맺었다. /사진=농심
지난 7월2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선정된 농심이 컨소시엄 협약식을 맺었다. /사진=농심

#CJ프레시웨이
CJ프레시웨이도 대동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스마트 계약재배’ 사업을 고도화하고, 농가 생산성 증대와 농산물 공급 안정화에 앞장선다는 구상을 밝혔다.

CJ프레시웨이는 2022년부터 ‘노지 스마트팜 기술’로 ▲마늘(제주 대정) ▲양파(충남 서산) ▲감자(충북 당진 및 경북 의성) 등의 작물을 재배해왔다. 

노지 스마트팜은 경작지인 노지(露地)에 IT기술을 적용, 온도‧습도‧일사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생육환경을 모니터링하고 토양센서를 활용한 자동관수 및 드론방재 등으로 최적의 재배 관리법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CJ프레시웨이는 대동과 함께 올해 하반기 약 7만㎡ 규모 신규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지역농가에 스마트팜 솔루션을 적용해 상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풀무원
풀무원의 푸드서비스 전문기업 풀무원푸드앤컬쳐는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에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여기서 키운 채소를 메뉴에 활용하는 형태로 조금씩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이를 위해 활용된 것은 2022년 LG전자가 선보인 보급형 식물가전 ‘LG틔운 미니’였다. 씨앗키트를 장착하고 물과 영양제를 넣은 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켜주기만 하는 형태기 때문에 상추 재배 등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풀무원은 ‘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K-푸드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김’을 육상에서 양식하기 위해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의 스마트팜 관련 움직임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세계 푸드는 협력농가인 ‘팜팜’에 설비비용 11억원을 지원하고, 2022년부터 5년간 토마토 생산량 1300톤 전량을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장마 등의 여파로 토마토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세계푸드로서는 탄탄한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팜팜은 지원을 바탕으로 충남 논산에 2만m²(약 8000평) 크기의 최신식 스마트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신세계푸드는 토마토 스마트팜에서 농작물을 재배한 후 버려지는 폐배지를 재활용해 친환경 퇴비로 탈바꿈시켜 이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아직까지 신세계푸드에서는 ‘스마트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아이디어 선점 차원에서 스마트팜 관련 상표를 출원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세를 따라가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워홈
아워홈도 신세계푸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팜 농산물 유통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측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사용하는 형태로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아워홈은 스마트팜을 이용한 원료수급 및 가격 안정성 확보를 핵심전략으로 삼고, 지난 29일 채소류 전문 유통기업 어그레이트와 스마트팜 농산물 유통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계약품목은 로메인 등 상추류와 샐러드 채소다. 

양사는 이번 하절기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애호박‧오이‧고추와 부추‧쪽파류 등 노지 스마트팜 재배 품목도 확대해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상북도 상주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지난 2022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경상북도 상주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스마트팜(Smart farm)’은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수급 불균형, 가격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식품기업들이 당장 앞다퉈 고민해야할 핵심 과제인 셈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술이 중동국가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되며 저력을 입증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민간기업 지원 등을 바탕으로 스마트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변화의 물결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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