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광산 체험 프로그램, 년 5만명 참여
- '에르츠베르크 로데오 경기' 개최로 관람객만 5만명이 넘어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연분홍의 들꽃과 이름모를 조그마한 들풀들, 그리고 짙은 안개 속에서 바람에 스치듯 들려오는 소들의 워낭소리가 들려오는 알프스 산맥을 걷는다. 마치 꿈속에서 마주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접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한여름 푸른 나뭇잎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낮게 떠가는 구름을 보며, 알프스산맥을 굽이굽이 돌아 오스트리아의 최대 철광석 산지인 슈타이어마르크주(州)의 에르츠베르크 광산에 도착했다.
800여 년 동안 채굴 중인 에르츠베르크 광산
오스트리아 에르츠베르크광산은 12세기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주석, 구리를 채광했다. 다금속 광산(polymetallic mining)으로서 오랜 기간동안 거의 중단 없이 채굴이 되었고, 20세기에 들어 현재까지도 연 3백만톤(대부분 철광석)이 생산되는 유럽 최대의 노천 광산이다.
최근에는 체고, 폴란드 등 동구 유럽 국가들과의 철광석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오스트리아 국내 수요를 위해서만 채광한다고 한다. 에르츠베르크 철광산은 80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채광을 하면서 지역 경관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1980년대까지는 지역경관 보존이 열악한 상태였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주변 도시와 지하 채굴장소의 스토리 텔링과 노천 광산에 대한 보존 캠페인이 본격화 되었다. 광산 사업은 계속해서 운영되면서 광산과 채광이 끝난 지하 채굴장소를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50여년 전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에르츠베르크 광산의 체험 프로그램은 채광을 하면서도 체험 안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광산 체험프로그램, 잘 갖추어진 자연학습장 역할을 하다
버스를 타고 탄광 입구 내린다.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입구에서 부는 찬바람에 온몸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느낌이다. 지하광산으로 들어가는 교통 수단은 작고 오래된 갱도 전용 열차이다. 4~6명이 무릎이 닿게 마주보고 탑승하여 5분 이라는 아주 긴 시간을 이동한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기에 5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광산 체험을 할 경우 약간 두툼한 긴팔을 입고 가는 것이 좋다.
채광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채굴 장비와 구조물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에르츠베르크 직원이 직접 설명을 해 주는 주요 포인트마다 숫자와 안내 표시가 되어 있으며, 일부 현장은 직접 채굴 체험도 할 수 있게 기계를 작동하고 있었다.
이날 체험 현장에는 독일, 헝가리, 체코 등 주변국에서 찾은 체험객들과 함께 동행을 했는데, 휴가철을 맞아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함께 온 아이들은 간단한 체험과 스토리테링으로 보여주는 광산이야기, 그리고 궁금한 질문 등을 하는 모습을 보니 잘 갖추어진 자연학습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철광석 운반용 트럭을 타고 노천광산 투어
면적을 가늠하기 힘든 노천광산은 하울리로 불리는 철광석 운반용 트럭을 60여명이 탑승하여 채광하고 있는 광산을 보게된다. 하울리 트럭은 높이만 7미터, 바퀴도 어른 키를 훌쩍 넘는다.
체험객들은 알프스 산맥의 한자락에 있는 800여년이 된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광산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관을 보며 자신도 모르는 탄식을 하게된다.
초대형 트럭 안에서는 모니터와 가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철광석이 어떻게 채굴되서, 어디로 운반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중간 중간 노천광산의 주요 포인트에서는 트럭이 잠시 멈춰선다. 부모님과 함께 탑승한 아이들은 15명씩 조를 나누어서 트럭 테라스에 서면, 고귀한 노동과 광부의 삶에 대한 설명과 광산업에 대한 이해와 함께 유럽 최대의 노천 광산이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운이 좋으면 발파하는 현장을 보여주는 체험 프로그램도 볼 수 있는데,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체험 프로그램 발상이다. 아쉽게도 우리 팀은 발파 현장을 체험하지 못했다. 체험비용은 1인당 40유로(한화 6만원)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연간 5만명 가량이 에르츠베르크의 광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오토바이 경주인 ‘에르츠베르크 로데오 경기’가 개최된다. 익스트림 스포츠 후원사로 유명한 불스에서 협찬하는 이 대회에는 지난 2022년 2000명이 넘는 전문 레이서들이 참가했으며, 레이스를 보러 오는 메니아 관람객들도 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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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츠베르크 로데오 경기’는 광산주변의 정리되지 않은 바위 투성이의 길과 무성한 숲의 오르막길 등 위험한 지형이 35km나 펼쳐져 있는 극도로 험난한 지형을 활용한다.
에르츠베르크 광산 주위는 원래 한적하고 조용한 알프스의 시골 마을이지만, 에르츠버그 로데오 기간만 되면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람객과 참가자들로 인해 조용하던 광산 부근의 마을들은 극심한 교통정체와 주차난을 겪게된다. 당연히 오스트리아와 아이제네르츠에 있어선 매우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었다. 그리고 광산 달리기 대회, 중소형 익스트림 스포츠 등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열고 있다.
철저한 안전 규정과 함께 5년마다 체험 프로그램 허가증 갱신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일반인의 접근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오스트리아, 독일의 채굴중인 광산, 석산까지도 안전한 운영 방침을 만들고 환경교육과 함께 지역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철저한 안전 관리 기준도 마련돼 있다.
에르츠베르크의 안전관리 책임자는 외부인 방문에 대한 안전 규칙이 적용되어 있으며. 하울리를 탈 수 있는 인원, 정차할 수 있는 구역, 헬멧 착용 등의 법적 규정이 있다고 한다. 안전규정 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관리 점검을 받고, 5년마다 체험 프로그램 허가증을 갱신한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의 오랜된 석산들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살아있는 근대산업역사 문화공간으로, 관광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근현대에 걸처 산업 발전과 지역사회를 지탱하게 한 산업 현장의 모습들 위에 스토리 탤링을 입히고 또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지역산업으로 키워가고 있다.
글쓴이 : 김대동 황등석산문화예술공원 총감독
(주)황등아트앤컬쳐 총감독으로 황등석산문화예술공원 건립을 위해 현지 자문과 문화예술공원 콘텐츠 개발을 위해 세계의 석산 공원을 현지 방문하고 있다. '세계의 석산을 가다'는 채광이 끝난 폐석산을 문화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하여 공연, 뮤지컬, 미디어 아트 등이 열리고 있는 세계의 석산 공연장의 콘텐츠 및 스토리텔링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