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최근에 결혼을 한 친구의 집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무슨 선물을 사가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습니다. 여러 제품들 중 고민을 하다가 실생활에 쓰임새도 좋고, 가장 무난할 것 같아서 고른 선물은 ‘디퓨저’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들이에 도착하고 보니, 다른 친구 한 명도 디퓨저를 사와서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디퓨저 제품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향기를 위한 주요 용품으로 자리잡고 있기에 선물을 하기에도 참 좋은 제품인 것 같습니다.

인허가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제 직업을 잘 알고 있는 친구 한 명이 식사 도중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 지인이 디퓨저를 만들어서 팔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거든, 이럴 때도 인허가를 받아야 하나?”

이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자신있게 나섰습니다.

“내가 맞춰볼게, 디퓨저는 향기가 나는 제품이니까 화장품 일 것 같은데.. 화장품 관련 인허가를 받으면 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틀렸습니다. 향기가 나는 제품 중 향수는 화장품에 해당이 됩니다. 하지만 디퓨저는 화장품이 아닙니다.

두 제품의 차이는 ‘신체’를 기준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향수도, 디퓨저도 모두 향기를 내는 제품이지만 향수는 몸에 뿌려서 사용을 합니다. 디퓨저는 공간을 향해 뿌립니다. 신체에 좋은 향이 나도록 만드는 향수는 화장품이지만, 공기 중에 좋은 향이 퍼지도록 만드는 디퓨저는 화장품이 아닙니다.

따라서 디퓨저 제조를 위해서 ‘화장품제조업’ 인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디퓨저 제조나 OEM 생산 후 판매를 위해서 ‘화장품책임판매업’ 인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허가를 아예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인허가를 받아야지만 팔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아둬야 합니다.

디퓨저는 화장품은 아니지만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입니다. 생활화학제품은 우리가 생활하는 가정이나 사무실,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을 의미합니다. 사람이나 환경에 화학물질의 노출을 유발하고 위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환경부장관이 지정하여 관리하는 제품입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디퓨저를 포함하는 방향제, 향초, 탈취제부터 세탁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프린터 토너, 자동차용 워셔액까지 수많은 화학제품들이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에 해당됩니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은 ‘신고 제품’과 ‘승인 제품’으로 나눠집니다. 신고 제품은 시험 검사를 거쳐서 법령에 따라 정해진 유해한 물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를 하면 됩니다.

반면 승인 제품은 인체 유해성, 환경 유해성에 대한 분석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필요 시 효능과 위해성 평가 자료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된 자료들을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을 하고 각각의 자료에 대한 검토를 거친 후 최종 승인을 받아야지만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승인 과정은 정말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다시 디퓨저 얘기로 돌아가자면 디퓨저가 속하는 방향제 제품은 신고 대상에 해당이 됩니다. 이에 승인 제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만만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신고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화학제품인 만큼 잘못된 원료를 사용해서 생산을 해서 시장에 판매하고, 유통을 하게 되면 사용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2011년에 발생해서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충격도 주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위험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법령에 따라서 ‘넣을 수 없는 물질’, ‘들어가더라도 양이 제한되는 물질’, ‘사용 가능한 물질’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항들에 대해서 꼭 시험 검사를 통해 확인을 거치고 신고를 완료해야지만 판매를 하고, 시장에 유통할 수 있습니다.

박재형 약력

現 하나 행정사가맹거래사사무소 대표

現 소상공인진흥공단 희망리턴패키지 컨설턴트

現 경실련 프랜차이즈피해구제상담센터 법률상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