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명과 새로운 세상 꿈꾸며 시작한 카카오
오너 및 사법 리스크 극복할 수 있을까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고 있는 카카오톡은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해 당시 유료 서비스였던 문자메시지를 한방에 무너뜨리며 현재까지 온라인 소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연계하는 카카오 기업이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본다.
대충 살자
인생의 모토가 “대충 살자”였던 카카오 창립자 김범수 의장은 1990년대 말 PC방과 온라인 게임 열풍이 불자 대기업을 그만두고 돌연 창업을 결심했다.
대학 시절 고스톱과 당구를 좋아했던 그가 본인의 취미를 인터넷과 접목할 방법을 고민하다 만든 것이 한게임이다. 즉, 카카오와 한게임의 창업주는 동일인물인 것이다.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가 합병되면서 NHN이 설립되자, 김범수 의장은 네이버 이해주 창업주와 NHN 공동이사직을 맡았다. 2004년에는 단독 대표를 거치며 해외사업부를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됐다.
하지만 3년 뒤인 2007년, 사업에 뜻이 있던 김범수 의장은 NHN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 서울대 산업공학과 후배와 ‘아이위랩’ 회사를 만들어 블로그 사업을 시작한다.
전 세계 최대 포털사이트인 구글을 눈여겨보던 중 구글의 블로그 부문이 약하다고 생각해 블로그 사업을 추진했다. 그렇게 아이위랩은 2010년 실시간 그룹형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카오아지트’를 만들었다. 카카오아지트가 카카오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던 프로그램이다.
4명이 이뤄낸 기적
그로부터 한 달 뒤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기획자 1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뒤흔들 대망의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을 발표했다.
카카오톡은 출시된 지 단 하루 만에 앱스토어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오픈 당시 3만 명의 가입자로 시작해 6개월 후에는 100만 명, 2013년에는 무려 1억 명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대표 메신저로 자리했다.
이후 다양한 유사 메신저 어플이 출시되자 카카오톡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모티콘을 발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서비스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었지만 전면 무료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톡은 그렇다 할 고정 수입이 없어 경영난을 겪었다.
그렇게 고심해서 나온 기능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다. 현재의 선물하기 기능은 ‘카카오페이’를 통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오픈 초기에는 SK플래닛, KT와 제휴를 맺어 운영했다.
하지만 제휴사와 수익금을 분배했었기에 카카오가 가져가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아 여전히 큰 캐시카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카카오의 새로운 캐시카우
카카오의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은 당시 안 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히트를 쳤던 게임인 ‘애니팡’이다.
출시를 앞두고 모두가 손가락질했던 아이디어였지만 카카오의 비전인 ‘새로운 세상, 더 나은 연결’을 지키면서도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모델이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2년 7월, 애니팡과 함께 총 8개의 게임을 출시했고, 그중에서도 애니팡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고 전성기 때는 온라인 게임들 사이에서 꿈의 동시접속자 수로 통하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서 카카오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성별과 나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기자기한 캐릭터라는 사실이었다.
카카오는 콘, 무지, 튜브, 프로도, 어피치, 네오, 제이지, 이후 라이언 등 자사 이모티콘을 상품화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게 된다. 발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카카오프렌즈는 현재도 카카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끊임없는 진화
2014년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면서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게 된다.
이어 2014년 카카오페이, 2015년 카카오택시를 발표했다. 2016년에는 멜론(로엠 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하고, 2017년에는 카카오뱅크를 발표하는 등 오늘날까지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카카오가 IT계의 거대 공룡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몸집을 키우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 경영쇄신에 나선 카카오
한편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주가는 2거래일 연속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했다. 카카오가 최근 사법 리스크 및 노사 갈등 등 여러 가지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부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혐의 등 주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잇달아 부상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오는 11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국내 IT 대기업 창업주의 첫 구속 재판 사례이다. 카카오 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로 압박에 들어간 검찰과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카카오 측 변호인단의 첨예한 대립각이 예상된다.
또한 카카오는 지난 7월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아직 뚜렷한 쇄신 성과는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기업 내부에선 쇄신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카카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29일 사측에 교섭 결렬 공문을 발송한 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결렬 선언문을 낸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가 1년가량 경영쇄신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노조 측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