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치 밑돈 3분기 실적…경영진 잇따른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 지지부진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2분기 대비 6.66% 오른 79조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12.84% 하락한 9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잠정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를 한참 밑돌았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영업이익을 14조원대까지 예상했다가 점차 전망치를 낮춰왔는데, 공개된 잠정 실적은 이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이번 잠정실적은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 방어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번 3분기 잠정 실적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가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1조원의 2024년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인 2분기 대비 매출은 6.66% 증가, 영업이익은 12.84% 감소한 수준이다. ‘반도체 암흑기’라고 불린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잠정실적은 이미 낮아진 시장 전망치 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당초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한달 전까지만 해도 14조원 가량이었지만, 잇따라 전망치를 낮추면서 10조원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조를 넘기지 못한 9.1조에 그쳤다. 시장 기대치보다 상당히 하회하는 수준이다. 매출이 증가한 것 역시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것일 뿐, 시장이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먹구름이 드리운 모양새다.
주가 역시 지지부진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으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분석을 받은 바 있고 10만원 이상이었던 목표가도 5~6만원선까지 후퇴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임원들이 계속해서 자사주 매입을 지속해오고 있지만, 이 역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로 주가방어와 함께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되지만, 전날 한때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아쉬운 3분기 잠정실적과 함께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메시지도 공개됐다. 전영현 부회장은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신다.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면서도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 재건 등을 약속했다. 품직 경쟁력 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인 만큼,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DS부문은 오는 12월로 예정됐던 ‘반도체 50주년’ 오프라인 행사 진행 계획을 최근 보류한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평택·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파트너사‧협력사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열릴 계획이었으나,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부임한 이후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행사준비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것은 반도체지만,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로 HBM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다소 시장진입이 늦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는 소식을 시장에 알렸지만,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은 아직 품질검증단계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에는 이러한 상황도 이미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