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8일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등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다룰 다양한 이슈를 공론화했다.
먼저 이동통신사의 '다이렉트 요금제'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변종 약정요금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공항 내 약국에서 의약품 가격이 시중보다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된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LH 임대주택 내 사건·사고 발생률이 높은 것과 상수도 노후화로 인한 대규모 물 누수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지적되며,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이렉트 요금제, 스마트 기기 제공 명분으로 변종 약정요금제로 전락시켜
이동통신 3사가 자유로운 통신사 선택과 이동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도입된 ‘다이렉트 요금제’를 변종 약정요금제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이렉트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를 제공한다고 홍보하며 편법으로 2년 약정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의원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이통 3사는 모두 다이렉트 요금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다이렉트 요금제’는 2021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라인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 전용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도입됐다. 무엇보다 통신사 약정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통신사 선택과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의미가 컸다.
이런 가운데 이통 3사는 최근 다이렉트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혜택’이라며 스마트 기기를 할인해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문제는 ‘2년 사용’을 전제함으로써 사실상 약정 요금제로 전환, 다이렉트 요금제의 취지를 형해화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제공하는 기기들 상당수가 구형 모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통 3사가 보유한 악성 재고를 비싼 가격에 이용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일례로 SK텔레콤(SKT)은 다이렉트 요금제의 일종인 '다이렉트5G 76'을 서비스하며 해당 요금제를 가입할 경우 고객은 '스마트기기 할인 팩'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 할인 팩 선택지에는 △갤럭시 워치7 40mm·44mm △애플워치 SE 40mm·44mm(2023) △갤럭시 탭 A9+ △아이패드 9세대_news 64GB △갤럭시 버즈3 등이 마련돼 있다.
SKT는 76요금제를 이용 중인 고객에 한해 월 1만 1200원을 추가 납부하면 아이패드 9세대를 제공한다고 홍보 중이다. 그런데 고객이 2년을 채우지 않고 번호이동 혹은 해지를 하면 기기 가격을 73만 6320원으로 산정해 남은 할부금을 청구한다.
아이패드 9세대는 한 세대 전 모델로 현재 오픈마켓에서 40만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다. 한 달에 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는 마케팅에 아이패드를 선택한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2년 약정에 묶이거나, 고가로 기기를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김장겸 의원은 "다이렉트 요금제(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원할 때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인데, 통신사들은 스마트기기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도입 취지를 형해화 하고 있다 "무약정요금제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 내 약국 의약품 가격, 시중 약국보다 최대 80% 비싸
공항 내 약국에서 판매 중인 의약품의 가격이 유독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약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이 폐지됨에 따라 의약품 포장에 가격이 표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약국의 재량에 따라 의약품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같은 약이더라도 가격 차가 발생하게 된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입점해 있는 약국들과 인천-김포지역 약국 32곳의 판매가격(데일리팜 조사결과)을 비교해 보았을 때, 공항 내 약국이 시중 평균가격보다 최대 80%나 더 비싼 가격에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8개 약국의 의약품 판매 가격을 조사한 결과, ▲게보린정은 5500원으로 시중보다 2500원(83%), ▲훼스탈플러스는 4500원으로 시중보다 2000원(80%), ▲타이레놀ER은 4000원으로 시중보다 1700원(74%), ▲테라플루나이트타임은 1만 2000원으로 시중보다 5000원(71%), ▲후시딘겔은 10000원으로 시중보다 4000원(67%)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공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포공항에는 2개의 약국이 입점해 있으며, ▲겔포스엠은 7000원으로 시중보다 3000원(75%), ▲게보린정은 5000원으로 시중보다 2000원(66.7%), ▲훼스탈플러스와 이지엔6이브는 4000원으로 시중보다 1500원(60%), ▲테라플루나이트타임은 1만 1000원으로 시중보다 4000원(57%)이나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 입점해 있는 대부분의 약국이 시중 평균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공항이라는 특수한 장소인만큼 긴급하게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며 “의약품이 적절한 가격에 판매될 수 있도록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LH 임대주택 사건사고 5년간 1943건에 달해...입주민과 단지 근로자간 발생 절반 이상
LH 임대주택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건수가 최근 5년간 1943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LH 임대주택 단지 내 발생한 폭행·폭언·욕설 등 사건 발생 건수는 1943건에 달했으며, 이는 하루 한 건 꼴로 사건이 발생한 수치이다.
입주민과 단지 근로자 간의 발생 사건은 총 1136건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으며, 입주민 간의 사건 사고는 807건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한 임대 아파트에서 후문 경비실에 인터폰으로 임대인의 아들이 욕설을 하여 경비원이 전화를 끊자 격분한 폭행자가 경비실을 찾아가 경비원 3명을 폭행하고 집기류를 던지는 사건 등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홍철 의원은 “임대인들 사이에서 폭언·폭행·욕설 등 사건·사고보다 임대인과 단지 근로자 간의 사건사고가 더 많다”고 지적하며 “LH 입주민의 안전과 주거의 펀안뿐만 아니라 단지 근로자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상수도 노후화로 연간 6.7억톤 물이 누수...손실 누수액 약 6900억원 가량
상수도의 노후화로 연간 6.7억톤의 물이 누수되었고, 이에 따른 손실 누수액이 약 6900억원 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8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장 최근 자료인 22년 기준 전국 상‧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20년 이상 오래된 전국 상수도의 노후화율은 36.4%, 전국 하수도의 노후화율은 43.0%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지자체별로 살펴봤을 때, 상수도의 경우 서울특별시의 상수도 노후화율이 66.1%로 가장 높았고, 하수도는 대구광역시의 하수도 노후화율이 74.0%로 가장 높았다.
통상 상수도가 노후화될 경우 누수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되고, 그에 따라 유수율이 낮아져 불필요한 수돗물 생산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22년 연간 누수액은 6.7억톤으로, 6900억원 가량의 수자원을 낭비했다.
행정구역별로 상수도 누수율을 비교했을 때, △특‧광역시 평균 누수율은 3.3% △특별자치시 9.2% △시 11.5% △군 22.5%로, 규모가 작은 시‧군 단위로 갈수록 물 공급의 비효율성이 크고, 지방 재정이 열악한 만큼 상수도 관리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하수도가 노후화될 경우에는 관로가 막혀 역류 등의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오래된 하수관로의 균열로 인해 누수 및 침수가 발생하여 지반침하(싱크홀)를 유발하게 된다. 최근 서울 및 대구에서 연달아 발생한 싱크홀도 노후화된 하수관의 손상이 원인이었다.
올해 사고원인별 싱크홀 비율을 살펴봐도, △하수관 손상 43.9% △다짐 불량 20.5% △상수관 손상 14.7% △굴착공사 부실 12.2% 순으로 높았다.
지반침하가 발생하게 되면 도로, 전력선, 가스관 등 도시 기반시설이 파손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소용되는 교통 통제 등 경제적 손실이 유발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초래하는 등 사회적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
특히,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수도의 노후화에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 의원은“노후화된 상‧하수도의 방치로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이 심각할 정도로 크다”라며 “수자원을 낭비를 줄이고, 싱크홀 발생 방지를 위해 상‧하수도 정비사업에 관한 환경부의 적극적인 핀셋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