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15일 국회 상임위원회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양한 현안을 제기하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예산 낭비와 보행 안전 문제가 떠올랐으며, SKT의 AI 통화 플랫폼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 석유공사의 예산 편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어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4년간 서울시 접수된 전동킥보드 민원만 38만건... 견인에만 80억원 지출
2021년 이후 서울시에 제기된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민원이 38만건에 육박했고, 시청은 약 80억원을 투입해 19만 8천건을 견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의원이 서울특별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민원은 2021년 3만 1353건에서 2022년 9만 5776건, 2023년 14만 1347건으로 2년새 약 4.5배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접수된 11만 1211건을 합하면 4년간 PM 민원만 37만 9687건이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사고 발생 건수도 2019년 134건에서 2020년 387건, 2021년 445건, 2022년 406건, 2023년 500건으로 4년새 약 3.7배 증가했다.
서울시는 불법 주차된 개인형 이동장치 처리를 위해 2021년 7월부터 견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올해 8월까지 투입된 예산만 79억 5144만원에 달했다. 시청은 대여업체에 견인료를 부과해 전액 보전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이동장치를 유예 시간 없이 즉시 견인해 3952만원을 반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보행 안전을 해치는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해 견인 이상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권한이 없어 유관기관에 대여사업 등록제 도입과 과태료 부과를 건의하는 한편, 대여업체에 주차구역 설치를 촉구하겠다는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병도 의원은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지키기 위해 실시한 견인제도가 문제 해결은커녕 예산만 축내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서울시는 보행자와 PM이용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AI 기능 더한 SKT 전화, 고객 통화내용까지 수집 “위법 소지 다분”
SK텔레콤이 통화 플랫폼인 'T전화'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더하면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근 AI 기능을 더해 선보인 ‘에이닷 전화’는 해당 통화요약 내용은 물론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문서·파일 등 이용자가 입력한 정보까지 수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닷 전화는 요약된 통화의 주요 내용과 일정을 상기시켜주는 등 상황에 맞는 AI 기능들을 추천해 실제 비서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통화 녹음은 물론 녹음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AI가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는 통화 요약 기능도 제공한다.
그러나 SK텔레콤이 AI 기술 기반의 서비스 성능 향상을 위해 수집한다는 내역만 한글로 1천160여 글자에 달한다는 게 황 의원의 지적이다.
세부적으로는 에이닷 전화 서비스에서 요약된 통화내용, 에이닷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이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문서, 파일, URL 등의 정보 외에도 콘텐츠의 미디어 이용 이력, 연락처와 통화 기록, 운세·증권 정보, 즐겨찾기 채널, 열람한 뉴스 채널, 구글 캘린더 등 외부 서비스의 로그인 토큰값 및 해당 서비스에서 입력한 일정 등까지 수집 대상으로 명시됐다.
특히 SK텔레콤은 해당 텍스트·음성 정보에 대해 2년간 저장·보관하겠다며 서비스를 탈퇴해도 즉각 정보가 삭제되는 게 아니라고 명시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아니냐는 우려에 더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 3항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가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황정아 의원은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서비스 이용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과징금을 처분받은 바 있어 서비스 탈퇴 이후까지 통화 내용 등을 저장해 두겠다는 건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지도 의문이라 관계부처가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간접흡연 피해 민원 하루에 300건 넘어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어 입주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공동주택 입주민이 층간소음·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한 민원은 총 39만 8355건에 달했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에만 총 11만 1959건이 접수되어 하루 평균 300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올해 7월까지의 통계에서도 이미 6만 2715건의 민원이 접수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민원의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된 조사만 지난 5년간 27만 7855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년간 각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층간소음·간접흡연 관련 사실조사를 수행한 건수는 ▲2019년 3만 6801건 ▲2020년 6만 8661건 ▲2021년 5만 3962건 ▲2022년 5만 4360건 ▲2023년 6만 4071건이며 이는 2019년 대비 지난해 1.75배 증가한 수치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제20조와 제20조의 2에 따르면, 각 공동주택의 관리주체는 단지 입주민으로부터 층간소음·간접흡연에 따른 피해 민원이 접수됐을 때,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지난 5년 동안 공동주택 단지에서 이뤄진 사실조사 사례 가운데 관리주체가 실제 피해를 일으킨 입주민 등에게 층간소음 발생 중단·소음차단 조치·특정 장소에서의 흡연 금지 등을 권고한 건수는 총 20만 6422건으로, 전체 조사 건수 대비 권고 발부 비율은 74%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홍철 의원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및 간접흡연 민원 건수와 권고 발부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국토부에서 제도적 장치 마련 위해 노력하는 것 뿐만아니라, 이웃간의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는 것도 층간소음과 간접흡연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산도 없이 일단 대왕고래 관련 방송 협찬부터 진행한 석유공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은 석유공사가 올해 홍보비 예산 90%를 집행한 상황에서 내부에서 예산협의도 되지 않은 채 방송 협찬 계약을 진행했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국민 의혹 해소를 위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기재부가 발표한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에 따르면 광고(홍보)예산은 기관설립목적 및 경영목표와 광고효과 등을 감안해 절감 편성하고, 기관 이미지 등 단순 홍보성 광고비 편성을 지양하되, 주요 정책에 대한 대국민 소통강화 등을 위한 예산은 적정수준으로 편성할 수 있다.
이재관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고선전비로 22년 5억 7100만원, 23년 3억 8600만원, 24년 5억 2800만원 등 지난 3년간 총 14억 8600만원을 편성해 12억 8900만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올해 책정된 광고선전비 예산 5억 2800만원 중 9월 기준 4억 7800만원을 집행하면서 잔액이 5천만원밖에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대왕고래프로젝트를 홍보하고자 YTN과 MTN에 각각 3억, 1500만원 등 총 3억 1500만원의 방송 협찬을 계약하면서 예산을 집행해야하나 여전히 내부에서 협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재관 의원은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을 거부해 검증되지 않아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제작을 의뢰해 방송까지 됐다.”라며“이사회에서 시추까지 승인된 사업이라면 이에 맞게 홍보예산을 편성했어야 하나 그동안 단순 기업홍보 이미지로 예산을 집행해오다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홍보를 위해 일단 계약부터 진행한 유일무이한 공기업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오는 17일 석유공사 국정감사를 앞둔만큼 대왕고래프로젝트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해소를 위해 철저히 검증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