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최근 미국 내에서 ‘대장균’에 오염된 당근이 유통돼 1명이 목숨을 잃고 최소 39명이 식중독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지시간으로 17일 미국 18개주에서 오염된 당근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했다며, 대형 식료품점을 통해 대장균의 일종인 ‘이콜라이’에 오염된 당근과 미니당근 일부가 유통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수입산 당근은 안전한 것이냐”, “불안해서 당근을 먹지 못 하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미국산 당근에서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미국산 당근은 최근 2년간 국내로 수입된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국내에 문제의 미국산 당근이 수입된 사실 자체가 없는 만큼, 식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할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관부처에서 발 빠르게 입장을 낸 모습이다.
사실 미국 내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망사고로 국내 소비자들이 불안에 떠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인 2020년 3월, 미국에서 ‘한국산 팽이버섯’이 원인으로 지목된 식중독 사태가 대표적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17개 주에서는 무려 4명이 사망하고 30명 이상이 식중독으로 입원했으며 임산부 2명이 유산했다. 그리고 원인으로는 ‘한국산 팽이버섯’이 지목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 및 샘플수집를 진행한 결과 ‘한국산 팽이버섯’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 당국은 2020년 제품 전량회수(리콜) 및 유통금지 조치에 나섰다.
한국산 팽이버섯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출 판로가 막히고, 피해를 입은 한국버섯생산자연합회 등이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미국 정부의 전면적 통관보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FDA가 2020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한국에서 수입된 팽이버섯 샘플 93개를 수집‧분석한 결과, 3분의 1에 해당하는 31개 샘플이 문제가 됐고 기업수 기준으로는 29개 중 절반에 가까운 12개 기업의 제품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내 소비자들 역시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다른 팽이버섯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들끓었다.
당시 한국농림축산식품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는 팽이버섯을 세척한 후 가열조리해서 섭취하지만 미국은 샐러드 형태로 먹는 등 식문화가 달라 식중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이후, 팽이버섯 포장지에는 ‘가열조리’ 또는 ‘가열섭취’ 등의 표기가 들어가게 됐다.
우리나라에서야 당연히 팽이버섯을 구워 먹거나 탕류에 넣어먹는 등 가열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생식으로 먹었다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던 만큼, 겉면에 안전문구 표시를 의무화한 것이다.
식중독 사건 발생 후 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식품 중 버섯류 농산물의 경우 ‘통관거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품목 중 하나로 꼽힌다. 선뜻 이해가 안가는 통관 거부의 배경에는 이러한 아픈 사건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