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연출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이다. 그를 존중해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면 무조건 감독의 의견을 따른다”
지난 5일 배우 윤여정이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CGV 시네마클래스' 6기 '연기론' 강의에서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펼쳐 놓았다.
데뷔 51년 차를 맞은 대한민국 대배우지만 낮은 자세로 감독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윤 배우는 “지인의 소개로 응시한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는 솔직한 발언으로 담백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연수 기간 동안 인사를 잘 하지 않아서 떨어졌다”며 “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는 말로 유머러스하게 연기인생의 처음을 되짚었다.
지인의 제안으로 시작한 연기인생이 절실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그녀는 “내 인생은 이혼 전후로 나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혼 이후 연기가 절실해졌고,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연기에 빠지게 된 지난 세월을 고백했다.
평소 ‘생계형 배우’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그녀지만, 그럼에도 “연기 외에는 즐거움을 못 느낀다. 생각해보니 윤여정이라는 이름은 일을 열심히 해서 얻은 것이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내 일을 하는 것이 좋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내기도 했다.
그녀는 장르를 불문하고 다채로운 연기 인생을 걸어왔다.
김기영 감독의 ‘충녀’부터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하하하’,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 창 감독의 ‘계춘할망’ 등 당돌한 호스티스 역할부터 복국집 주인, 대한민국 60대를 대표하는 화려한 여배우, 치매에 걸린 할머니까지 팔색조 연기 변신을 선보여왔다.
이런 캐릭터 변신에 대해 윤여정 배우는 “메소드 연기는 잘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며 늘 자기자신을 중심에 두고 캐릭터에 접근하는 본인만의 연기 방법론을 전했다.
이어 “연기를 하면 할수록 때묻는 것 같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특히, 워쇼스키 감독과의 미드 ‘센스8’ 시즌2 작업을 회상하며 그녀의 연기 철학을 전했다.
“어떤 때는 돈을, 어떤 때는 작품을, 또 어떤 때는 사람을 따져야 할 때가 있다. 내 나이에는 보통 사람을 많이 따진다”며 “돈은 적게 받았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임했다”며 배우 지망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에 대한 진심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강연 수강생 가운데 한 명은 "배우 윤여정으로서의 관록과 사람 윤여정으로서의 솔직함이 묻어 나와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유쾌했던 강의"였다며 윤여정씨의 아낌없는 조언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편, 윤여정 배우는 죽음에 대한 고찰을 제시한 작품 ‘죽여주는 여자’로 지난해 제 10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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