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에 줄줄이 나서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법인세율 인상에 나서고 있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은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세제개편안과의 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도 ‘법인세 최고세율 20%’안은 같아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사실상 내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2.7%보다 낮아지게 된다.
영국의 경우 지난 4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은 지난 10년간 법인세율을 11%포인트나 인하했다.
프랑스도 현재 33.33%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해 25%까지 하향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도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기업에 대한 보상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20%까지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본래 법인세 실효세율을 25%까지만 낮출 예정이었으나 미국과 프랑스 등이 감세에 나선 것을 의식해 5% 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니혼케이자이는 보도했다.
이는 내년에 일본 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평균 29.74%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10% 포인트까지 세율을 낮추는 셈이다. 일본정부는 해당 법인세 감세 수혜를 보는 기업이 수 만개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지난 2012년 12월 2차 내각을 발족하고 난 이후 법인세 실효세율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2015년 법인세 실효세율을 32.11%에서 2016년부터 29.97%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20%대로 떨어뜨린 것은 일본 역사상 최초였다.
또한 일본정부는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에 참여하는 기업에 세금감면 폭을 가산한다는 방침이다. 부연하면 1단계 ‘임금·설비 투자’에 2단계 ‘혁신기술 투자’까지 달성하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20% 수준이 된다.
반면 한국은 전 세계 흐름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현행 22%보다 3%포인트 높은 25% 최고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와는 상반되게 정부여당을 필두로 한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복지 등을 앞세워 초대기업 증세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밀어부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법인세 인상안은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현 법인세율 22%를 25%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역시 인상폭에 차이만 있을 뿐 법인세 인상에 동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예산안 전체 쟁점을 놓고 협상을 하다보니 어느 한 쟁점에 집중하지 못할 수 도 있는 한계는 있다. 일명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냐’는 식이다.
실제 예산안 처리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은 과표 구간 신설 없이 24%로 올리자는 입장이며 자유한국당은 여당안대로 초대기업에 한해 23%로 1%포인트 상향하되 2019년부터 시행하자고 물러섰다.
결국 인상폭과 적용 시기를 두고 이견만 있을 뿐 ‘인상’ 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부여당에 동조한 셈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미국발 법인세 인하 경쟁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정반대로 가는 한국은 세계경제에서 고립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투자 환경과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인세 인상이 초래할 부작용을 고려해 정책을 펴는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