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그랩’에 백기 든 ‘우버’...동남아서 철수
경쟁사 ‘그랩’에 백기 든 ‘우버’...동남아서 철수
  • 남인영 기자
  • 승인 2018.03.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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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세계 1위 차량공유서비스 전문기업인 우버가 경쟁사인 싱가포르 기업 ‘그랩’에 동남아시아 사업을 매각하기로 합의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매각 조건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버가 동남아 사업 전부를 그랩에 넘기는 대신 합병회사의 지분 30%를 보유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합병회사의 전체 가치를 60억 달러(약 6조4800억원)로 보고 우버가 손에 쥐게 될 지분이 25∼3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앤소니 탠 그랩 CE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인수는 새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통합 회사가 이 지역의 차량공유 플랫폼과 비용 효율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동남아 사업에서 철수한 이유가 올해 초 최대 주주로 등극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지난 1월 우버의 최대 주주가 된 이후 우버가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해 온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그랩, 디디추싱, 인도 올라 등 우버의 지역 경쟁사에 투자한 만큼 사업을 통합해 파이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어디서나, 모두를 위해'(everywhere, for everyone)라는 우버의 기존 전략 대신 미국과 유럽, 남미, 호주 등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도 아시아 사업이 곧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우버는 지난 2016년 중국 사업을 현지 업체인 디디추싱에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사업을 역시 현지 경쟁사인 얀덱스에 넘겼다. 업계에서는 우버가 조만간 인도 사업도 정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버 전체 시장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하지만 다른 신흥시장에서처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버가 신흥시장 사업을 정리하는 게 IPO(기업공개)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내년에 증시 데뷔를 준비 중인 만큼 재무여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우버는 지난해 4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8개 국가 180여 개 도시에서 개인 승용차, 오토바이, 택시, 카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동남아 최대 운송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그랩은 지난해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25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삼성전자와는 모바일 솔루션 제공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그랩과 우버는 인구 6억4000만명의 동남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상대적으로 싼 요금정책을 유지해 온 그랩이 결국 동남아 차량호출 서비스 업계를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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