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내셜리뷰=이성민 기자] 한국의 상하위 10%의 임금 격차가 4.3배로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로 조사됐다.
이는 소득 양극화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이 거의 부재한 상황으로 이에 대한 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상위 10% 임금은 하위 10%보다 4.3배 많았다.
지난해 통계가 나온 OECD 6개국 가운데 한국은 5.07배로 집계된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3위인 체코는 3.45배로 4배가 되지 않았으며, 최하위를 기록한 뉴질랜드는 2.82배에 불과했다.
비교대상 국가가 늘어나더라도 한국 순위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6년 한국의 상·하위 10% 임금 격차는 4.5배로, 자료가 있는 OECD 22개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역시 미국(5.05배)이었다. 3위인 포르투갈(3.95배) 이하로는 상·하위 10% 임금 격차가 4배를 넘지 않았다. 최하위인 이탈리아는 2.25배에 그쳤다. 옆나라 일본은 2.85배로 18위에 머무는 등 하위권에 속했다.
OECD 평균은 3.40배였다. 한국의 상·하위 10% 임금 격차는 2006년 5.12배로 정점을 찍다가 점차 개선새를 보이고 있지만 속도는 더딘 편이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하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임금격차 확대 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임금 격차는 2000년 4.04배에서 2016년 4.5배로 0.47배 만큼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13개국 가운데 미국(0.56배 상승), 아일랜드(0.52배 상승)에 이어 3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헝가리(0.93배 하락)와 일본(0.13배 하락), 영국(0.04배 하락) 등 3개국은 임금 격차가 오히려 줄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양분된 노동시장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 안팎에 그치고 있고,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50∼7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상·하위 급여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대기업들이 수출 중심이어서 영업실적이 비교적 양호한 데 비해,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의 만성화로 활력을 잃고 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임금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임금 격차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지나치게 깎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급여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으로 부당하게 이전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보다 급여를 턱없이 적게 받는다면 이 역시 불공정한 임금 격차를 초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실련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견기업이 없다 보니 소기업에서 일을 시작해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나오더라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공급처를 맡는 이상 중소기업의 협상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공급 사슬 구조에선 중소기업들이 클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