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최고금리 인하 소급 적용 추진에 금감원·저축은행 ‘충돌’
[집중분석] 최고금리 인하 소급 적용 추진에 금감원·저축은행 ‘충돌’
  • 서성일 기자
  • 승인 2018.08.2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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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금융당국이 향후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저축은행 차주들도 바뀐 최고금리에 맞춰 이자율을 소급적용 받도록 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저축은행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업계에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대출에도 이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담은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정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소급적용에 따른 막대한 재정손실과 기존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특히, 사적 계약인 약관에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가격 개입일 뿐만 아니라 민법의 재산권 보호와 상충 우려도 있다는 점이 저축은행 업계의 입장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7일 14개 주요 회원사의 영업담당이사들을 만나 최고금리 인하 소급적용 관련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정을 논의했다. 또한 오는 22일 사장단 회의를 열고 표준약관인 여신거래기본약관에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포함하는 개정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표준약관 개정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업계 의견을 들어 결정한 뒤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이뤄진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실무자 회의와 사장단 회의를 거쳐 6개 권역별 회의 및 각 저축은행별 내부 논의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약관 개정은 올 4분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 입장...표준 약관 개정되면 기존 대출도 인하된 최고금리 소급적용해야

금감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대출도 잔존만기나 연체율에 상관없이 모든 차주에 동일하게 대출금리 인하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 정부는 지난 2월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0%로 인하한데 이어 임기 내에 연 20% 수준까지 상한금리를 내리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대출은 갱신, 연장할 때만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 받는다. 만기가 남은 대출은 최고금리를 초과해도 기존 금리대로 이자를 내야 한다.

저축은행 입장...표준 약관 아닌 법 개정 통해 소급적용해야

저축은행 업계는 차주의 금리부담 완화라는 정부의 기본 정책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당국이 자체 판단으로 표준약관을 고쳐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강제하려는데 대해서는 우울한 모습이다. 때문에 표준약관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소급적용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하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등 민법과 상충할 여지가 있다”며 “약관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려는 기본 취지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표준약관으로 소급적용을 강제하면 시장가격 개입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저축은행 업계가 법 개정 요구하는 속내

저축은행 업계가 금감원이 추진하는 표준 약관 개정을 민법 등의 이유를 들어 반발하는 데에는 결국 ‘이익’ 측면에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저축은행들(총 79개사)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조2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고금리대출이 66.1%(6조7723억원)에 달했다. 특히 대부계열 저축은행을 포함한 상위 7개사의 고금리대출 잔액비중은 73.6%(5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결국 금감원이 표준 약관 개정을 통해 저축은행에 대한 칼날을 빼든 이유는 고금리대출이 지나치게 높아 타 금융권에 비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경영상황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이유도 꼽고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은 경영실적에서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2016년(8605억원) 대비 24.0% 증가한 1조6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이자이익(3조7463억원)이 전년 대비 무려 6196억원(19.8%)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1분기(2321억원)에는 대손충당금전입액 증가 영향으로 순익이 7.0% 줄었지만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19억원, 209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주요 데이터들을 통해 살펴보더라도 금융권 내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단기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금리 영업에 치중한 것이 규제강화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발적인 금리부담 완화 방안이 잘 시행됐다면 약관 개정까지 논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필요하다면 법 개정 역시 금융위원회 및 국회와 논의해 추진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표준약관 개정이 최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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