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몇 년 전 한 고발 방송 프로그램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A배우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마스크팩이 중금속에 오염돼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방영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해당 방송의 여파는 일파만파로 커지며 대부분의 언론들은 해당 마스크팩이 인체에 진짜 유해한지 검증이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이미 결론이 난 것처럼 확인도 거치지 않고 방송의 내용만을 인용한 보도가 잇따랐다.
이후 A배우는 사업을 접게 됐고, 한동안 배우로서의 그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관련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결국 인체 유해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간 고발성 방송으로 인해 한 기업은 도산에 이르렀고, 한 개인의 삶도 처참히 뭉게졌다는 씁쓸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합의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부분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같은 결론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면 경우는 다를 수 있으나 앞서 언급한 한배우의 사례가 일상다반사처럼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번에 폐지되는 전속고발권은 비교적 입증이 쉬운 담합행위(경성담합)에만 한정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마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기업에 대한 검찰의 통제 강화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라 사법당국과 공정위 두 기관이 이중적으로 조사함에 따라 기업부담이 가중되고, 그 여파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재계는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재계는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악영향으로 소송 남발 우려와 경제적 분석이 필수적인 공정거래 사건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정위 고발시스템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여겨왔다.
공정거래 사건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 여건 등을 1차적으로 살펴서 중한 경우 고발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제재하는 것은 맞지만, 공정거래 사건은 사건이 복잡하고 치열한 시장경쟁 상황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경쟁 제한성 등이 있었는지 따져야 하는데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모든 경제거래 행위는 고소·고발 대상이 되는데 검찰이 이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다시 A배우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전속고발권 폐지와 함께 마땅히 무분불한 고소·고발에 따른 부작용 예방책에 대해서도 공론화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