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구급대원 폭행사범 근절을 목적으로 도입된 웨어러블 캠이 실제 현장에서는 소방관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4일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웨어러블 캠 활용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웨어러블 캠이 도입된 이후 올해 8월까지 전국 2826대의 웨어러블 캠이 활용된 사례는 단 72건(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사고는 지난 2014년 131건에서 2015년 198건, 2016년 199건, 2017년 167건, 2018년(8월 기준) 99건으로 5년 간 794건이 발생하는 등 해마다 평균 150건 이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웨어러블 캠을 통해 관련 사고에 대한 분석·대응·조사와 같은 활용실적은 72건에 불과했다. 전국 2826대를 보급하고 9억2776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활용 실적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의 경우 114대의 웨어러블 캠이 보급됐지만 단 한 번도 활용된 실적이 없었다. 광주(90대), 충북(64대), 제주(30대)도 활용실적이 전무했다.
이 외에도 대전(33대), 울산(72대), 세종(10대), 전남(190대)은 웨어러블 캠 도입 이후 활용한 사례는 각각 단 1건에 불과했다.
웨어러블 캠 실효성 논란 배경은?
웨어러블 캠은 각 소방본부가 일선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현장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폭행사고 등의 예방을 위해 보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시행한 ‘웨어러블 캠 운영지침’에 따라 웨어러블 캠 보급에는 국비와 응급의료기금, 전국 시·도(지방비)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일선 소방서에서는 웨어러블 캠이 실효성이 없다는 건의사항을 공문으로 보내는 등 불편사항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웨어러블 캠 착용으로 인한 구조활동의 불편함, 구급대원이 교대로 착용함에 따른 위생상의 문제, 웨어러블 캠 영상 활용을 할 수 있는 여유와 여건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557대의 웨어러블 캠을 추가로 도입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당장 지역별로 제각각인 웨어러블 캠에 대한 통일된 규격, 사용지침 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이다.
현재처럼 웨어러블 캠 보급·확대에만 주력한다면 예산만 낭비하고 정작 일선에서는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 논란...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웨어러블 캠 실효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정 의원과 같은 이유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박 의원은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웨어러블 캠이 방치되거나 오·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구급대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인화 의원은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웨어러블 캠이 정작 구급대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웨어러블 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활용실적이 저조한 것은 큰 문제”라며 “일선 구급대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통일된 규격이나 매뉴얼을 만들어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