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자당 소속 의원들 중 다주택 의원들을 향해 주택을 매각할 것을 주문한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가 각 부처 2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다주택 소유자에게 매각 처분을 지시하면서 다주택 정치인과 공직자의 주택 매각 처분이 뜨거운 이슈가 됐다.
다주택 소유자의 근절에 나선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에 정치권과 고위공직자가 솔선수범하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내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인 동시에 위헌적인 요소가 강하다면서 오히려 부동산백지신탁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세균 “다주택 보유 전수조사해라”
정 총리는 지난 8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고위공직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면서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르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급 이상 공무원의 1/3 이상 정도가 다주택 공무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기 때문에 정 총리는 전수조사를 지시해서 다주택 보유 공무원을 색출, 그들에게 매각 처분을 권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물론 지자체를 포함한 2급 이상(국장급) 고위공무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데 중앙부처만 해도 1천500여명이 대상자다. 지자체를 포함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행정안전부 관보에 공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 등에 따르면 18개부처 장차관 40명 중 장관 8명, 차관 6명이 다주택 보유자이다.
3주택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2주택 보유한 장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다. 다만 최기영 장관은 4월 15일 정부 방침에 따라 한 채를 매도했다.
민주당, 다주택 보유 의원에게 처분 권고
더불어민주당은 보다 적극적이다. 다주택 보유 의원들에게 신속한 부동산 처분을 권고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한이나 친족 간 증여 제한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지침을 설정하지 않았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공약으로 2년 안에 다주택 보유 의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처분을 하는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여론이 악화되면서 하루라도 빨리 처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도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지도부는 새벽에 문자를 보내서 부동산 소유 실태 조사를 하는 등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경실련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의원 42명이 다주택자이다. 이중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의원은 21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당의 방침에 따라 실거주용 외에는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도부는 시한을 못 박을 수 없는 것이 의원들의 개별 사정이 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시한을 못 박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족 간 증여에 대해서는 부동산 실명제 위반이 될 소지가 있지만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즉, 위장계약을 통해 부동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이게 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통합당, 여론 무마용
이같은 움직임에 미래통합당은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적 요소가 강하다고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유재산을 처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결국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여론 무마용이라고 맹비난했다. 공직자들은 재산 등록을 해왔고, 등록상황을 골표해왔는데, 주택 소유실태를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보여주기식이라는 것이다.
다주택 보유 주택 처분 대신 백지신탁으로
일각에서는 다주택 보유 공직자·정치인에게 무조건 주택을 처분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백지신탁을 제안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백지신탁을 제안했다.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용납할지 의문이라면서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