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의 효과를 놓고 충돌이 벌어졌다. 조세연 측은 지역화폐가 효과는 없고 지역 시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역화폐는 경제활성화나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화폐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일종의 보호무역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역 소상공인에게 상당한 보탬이 된다는 이야기에 여러 자치단체가 도입을 했다. 하지만 조세연은 효과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조세연 “국가 경제에 독”
조세연은 지역화폐가 일부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줬을 뿐 국가경제에는 독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역화폐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 이 지사와는 완전히 대척되는 대목이다.
지역화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세연 측의 분석이다.
지역화폐를 쓸 수 없는 대형마트 매출액이 소상공인에게 이전되고, 지역 내 소비자의 지출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 때문에 소상공인에게는 일정부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화폐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 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순손실) 등 부작용만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사중손실이란 정부의 가격 통제 등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균형이 최적이 아닐 때 발생하는 경제적 순손실을 의미한다.
지역화폐를 발행한 경우 동네마트 및 식료품점 매출만 기존 매출 대비 15% 증가했을 뿐 나머지 업종의 매출 증가는 0%에 그쳤다. 다시 말하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효과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조세연은 “지역화폐는 국가 간 무역장벽 및 보호무역 조치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 후생 감소나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증가로 사회 전체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꼬집었다.
대부분 지자체가 액면가 대비 10% 정도 할인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고, 이것을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메꾸는 방식을 취하면서 여기에 드는 비용이 약 9천억원 정도이다.
또한 지역화폐를 현금으로 만드는 ‘현금깡’ 시장이 형성되면서 지자체가 불법거래 단속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행정력 낭비 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화폐는 결국 지역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발행되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축소시키는 대신 온누리상품권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엉터리 주장”
그러자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세연의 주장은 “엉터리 주장”이라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정면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고향사랑상품권 지급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등을 꾀하고 있는데 조세연이 이를 부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화폐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번 1차 재난지원금도 전자지역화폐로 지급했다면서 조세연의 주장은 엉터리 주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 지사는 조세연 연구 결과가 2010~2018년 자료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을 본격적으로 늘렸던 2019~2020년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와 상반된다면서 행정안전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경기연구원 등의 사례를 들었다. 해당 연구기관에서는 지역화폐가 매우 유용한 정책이기 때문에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