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 침대 때문에
평소 치매를 앓고 있었던 A씨는 사건 당일 자리를 찾지 못해 B씨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B씨도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침대에 걸터앉은 A씨에 대해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5분 동안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구타 소리가 들렸지만 요양보호사나 관리자 등 어느 누구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 A씨 가족의 주장이다. 또한 요양관리사가 A씨의 상처를 확인하고 나서야 치료를 하고 10시30분경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해당 요양원은 ‘불가항력’이라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또한 피해자 A씨와 가해자 B씨간의 개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이나 가해자 가족 모두 해당 요양원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해자 A씨 역시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우발적인 폭행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원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분 동안 폭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달려와 제지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후에는 ‘불가항력’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무엇보다 요양원은 보험처리를 진행했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면담 요구도 회피하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 요양원으로 찾아오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가족들은 이야기했다. 현재 D요양원에서 벌어진 해당 사건은 고양시청과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긴급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고양시청 노인복지과 요양팀 측에서는 “관련 신고가 접수돼서 현재 조사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입소자 간에 발생한 문제기 때문에 현재 방임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답변했다.해당 요양원의 문제는 아니다
해당 요양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단 해당 요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요양원 설립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자격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요양원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 역시 요양원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해당 요양원에서의 폭행사건과 같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요양원을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운영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서비스 수준 저하와 노인 학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법적으로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를 거짓‧부당청구 하는 요양원에 대한 처벌만 명시돼있을 뿐, 관리 소홀이나 폭행‧방임 등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요양원을 직접적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는 부실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입소자 간에 발생한 폭행일 경우, 요양원에서는 개인의 문제라며 발뺌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요양원이 폭행을 방임한 것이 맞는지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기도 힘들어 대부분 개인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설립 자격 역시 허술하기 그지 없다. 법인 또는 개인에게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누구나 설립 가능하고 원장이 사회복지사 또는 국가인정자격증 소유자여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소유자가 별도로 원장을 앞세워 요양원을 운영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요양원을 운영하게 되면 정부 보조금은 물론 취득세 감면이나 전기·가스비 할인 등 여러 가지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지금 상황에서는 요양원 운영이 또다른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요양원 내에서 빈번한 폭행과 노인 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