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국내 제조업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산업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뿌리산업은 철강, 조선, 기계, 화학 등 핵심 제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제조업 근로자 고령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이 2010년 15.7%에서 지난해 30.1%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고령화 추세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제 뿌리산업에서 막내가 51세가 되는 등 젊은 근로자의 유입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뿌리산업 근간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30대 비중은 급감
30대 비중은 35.1%에서 27.8%로 15~29세 청년층 비중은 21.6%에서 15.2%로 떨였고, 40대 근로자 비중은 27.7%에서 26.9%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는 젊은 층 유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뿌리산업을 계승할 근로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지난해 42.5세로 상승했다. 일본은 41.6세에서 42.8세, 미국은 44.1세에서 44.4세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경연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26년 국내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이 44.9세까지 치솟으면서 미국(44.6세)과 일본(43.6세)을 모두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 여파도
제조업이 빠르게 고령화되는 이유는 제조업 기피 현상도 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 그리고 노동인구 감소 및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고용 악화 등 복합적으로 얽혀 잇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종에 지원하는 이들도 줄어들었지만 채용하려는 기업들도 줄어들면서 10년 전 ‘막내’가 여전히 ‘막내’가 된 셈이다.
한경연은 기존 정규직 과보호가 청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과보호가 제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 일자리는 2010~2015년 59만7000명 늘었다가 2015~2020년에는 7만1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제조업 고용이 크게 위축됐다는 얘기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는 162개국 가운데 145위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생산현장의 급속한 노령화를 방치하면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령화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반면, 노동생산성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제조업의 고령화는 성장동력 약화에 따른 산업 및 국가경쟁력 저하를 초래하고 세대간 소득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 노동유연성 제고, 규제 완화 등으로 민간의 고용부담을 낮추고 교육·훈련 강화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