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한국 최초 복지제도 ‘진대법’
[역사속 경제리뷰] 한국 최초 복지제도 ‘진대법’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2.02.21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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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고국천왕 당시 진대법이 실시된 내용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16년(194년) 가을 7월, 서리가 내려 곡식을 죽였다. 백성들이 굶주리니 창고를 열어 곡식을 풀었다. 가을 10월 왕이 질양에 사냥을 났다가 길에서 주저앉고 울고 있는 자를 발견하고 "어찌하여 울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저는 매우 가난하여 매번 품을 팔아 어머니를 모셨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어 품팔 곳이 없어 도저히 한되, 한 말의 끼니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웁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탄식하기를 "내가 백성의 부모가 되어 백성들로 하여금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하였으니 나의 죄다"라고 하였다. 옷과 음식을 주고 그를 위로하였다.

이에 내외관리들에게 명을 내려 홀아비와 과부, 고아와 무자식인자, 늙고 병들고 매우 가난하여 능히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자를 널리 수소문하여 그들을 구제케하였다.

관리들에게 명을 내려 매년 봄 3월부터 가을 7월에 이르기까지 관가의 곡식을 내어 백성들 가가호호의 사람 숫자에 따라 차등 있게 빌려 준 후 가을 10월에 반납케 하는 것을 매년 정기적인 것으로 삼으니 무도가 크게 기뻐하였다.

진대법은 194년 고구려에서 실시된 구휼제도이다. 흉년기나 춘궁기에 국가가 가난한 백성들에게 양곡을 대여해주고 수확기인 10월 쯤에 낮은 이자를 쳐 갚게 하는 제도이다.

당시로는 획기적인 제도이고, 고구려 뿐만 아니라 고려의 흑창, 조선의 의창, 환곡, 사창 등이 비슷한 제도이다.

고구려의 진대법이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형태로 발생됐는데 고구려가 세워지기 200년 전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 대왕에는 저리로 곡물을 빌려주는 제도가 있었다. 고대 로마시기 부자들은 도시 빈민들을 먹여 살리는 복지 시스템을 갖췄다.

따라서 세계 최초는 아니고, 우리나라 최초 복지시스템이 진대법이다. 일설에 의하면 국상 을파소가 실시했다고 하지만 을파소 열전에는 진대법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고국천왕 본기에 나오고 있으며, 을파소 이름이 없다.

잦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

고국천왕은 176년(신대왕 12년) 3월 태자로 책봉됐고, 179년 12월 신대왕이 사망하면서 즉위했다.

186년 후한의 요동 태수가 쳐들어왔고, 동생 계수(罽須)를 보내 막았으나 패배했고, 이에 왕이 직접 출병해서 좌원(坐原)에서 한군을 격퇴했다.

190년 가을 왕후의 친척인 중외대부(中畏大夫) 패자 (沛者) 어비류(於卑留)와 평자(評者) 좌가려(左可慮)가 권력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자 왕이 이를 벌하려 했다. 이에 좌가려 등이 사연나(四椽那)와 함께 반란을 일으켜 191년 4월에 수도를 공격했으나 패배하여 진압됐다.

이처럼 잦은 전쟁이 발생하면서 백성들로서는 피폐한 삶을 살고 있었다. 노동력과 국방력을 증강시키기 위해서는 인구가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고, 이에 고국천왕의 입장에서 백성을 돌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유학이 도입되면서 왕권 강화와 함께 군주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진대법 실시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일설에 의하면 진대법은 구휼제도가 아니라 물가조절제도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삼국사기 고국천왕 본기에 나오다시피 구휼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구휼과 물가조절제도가 혼합해서 시행되고 있다.

현대적 의의

진대법은 오늘날 사회복지개념으로 탄생됐다. 물론 진대법은 왕이 백성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어쨌든 정치인이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으로 발전하면서 선택적 복지의 개념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백성들 가가호호의 사람 숫자에 따라 차등 있게 빌려 준 후 가을 10월에 반납케 했다”는 것으로 선택적 복지를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복지시스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진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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