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부당특약 설정 등에 시정명령
하도급업체에 민원 처리비용 떠넘겨
[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경남기업과 태평로건설이 하도급업체(수급 사업자)에 민원 처리비용을 떠넘기는 부당특약을 맺는 등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경남기업·태평로건설이 수급 사업자에게 산재·민원 처리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부당특약을 설정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경남기업은 민원 처리비용을 수급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특약, 입찰 내역에 없는 사항을 수급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특약 등 7개 유형으로 10건의 부당특약을 설정했다.
‘발생하는 공사 민원은 업체에서 전적으로 책임지며, 이에 따른 공사 기간의 연장 및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인증은 일체 없다’며 하도급업체에 민원 처리비용을 부담시킨 특약이 대표적이다.
또 ‘을은 내역서 등에 없는 사항이라도 갑의 지시에 따라 공사비 증감 없이 시공해야 한다’며 입찰 내역에 없는 사항을 부담시킨 특약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남기업은 지난 2020년 9월 29일부터 지난해 3월 31일까지의 기간 중 12개 수급 사업자에게 18건을 건설위탁하면서 당초 계약기간보다 공사 기간이 연장되는 등의 하도급계약 내용이 변경됐음에도, 이에 대한 서면을 수급 사업자가 연장된 공사 기간에 따라 착공한 후 최소 11일에서 최대 47일을 지연해 발급하기도 했다.
태평로건설은 수급 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특약,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 처리,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을 수급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특약 등 9개 유형으로 22건의 부당특약을 설정했다.
해당 부당특약의 세부 내용으로는 ‘원도급사는 기성 지급을 유보할 수 있다’, ‘협력업체는 유보금액에 대한 일체의 금융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사고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 및 제 경비는 수급 사업자가 부담 처리한다’ 등이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경남기업 및 태평로건설에 대해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2021년 건설업 직권조사’에 따라 직권 인지해 제재한 것으로, 이 밖에 같은 조사를 통해 부당특약 등이 적발된 17개 사에 대해서는 특약의 유형 및 건수 등이 적은 점, 해당 특약을 스스로 수정·삭제한 점 등을 고려해 이미 경고 조치를 한 바 있다.
‘2021년 건설업 직권조사’는 서면 실태조사 결과 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많은 업체, 중대 재해 다수 발생 업체, 공공기관 제보업체 등 25개 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의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현장 조사 및 제재를 계기로 건설업체들이 산업재해 및 민원 처리비용 등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내용의 부당특약을 수정·삭제하는 등 불공정하도급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 공정위는 건설업 관련 단체 등을 통해 산재·민원 처리비용 전가 및 재료비 인상 등에 따른 대금 미조정 행위 등에 대한 불공정하도급 신고 및 제보를 지속적으로 받고, 이를 분석해 법 위반 혐의가 많은 업체에 대해서는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특히 최근 안전 이슈가 중요한 만큼 부당 전가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처하고, 향후엔 계도 차원의 이번 조사와는 달리 법 위반 내용 및 정도 등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 제재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의 단서인 공공기관 제보와 같이 발주자의 자체 점검을 통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는 구조를 확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건설발주가 많은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사업자의 법 위반 예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홍보활동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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