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92년 4월 29일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5월 4일까지 일으킨 폭동에 흑인뿐만 아니라 히스패틱계 미국인까지 가세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한인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으면서 자경단을 조직했고, 그때부터 한인 교포 사회는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LA가 지금의 형태를 띄게 만든 계기가 바로 폭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로스앤젤레스에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로드니 킹 사건 발생
1991년 3월 3일 LA 백인 경찰관 3명과 히스패닉 경찰관 2명은 210번 고속도로에서 포니엑셀 승용차를 추격 끝에 세우고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로드니를 몽둥이로 56회 폭행하면서 청각장애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경찰은 로드니가 마약을 복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여러 차례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폭행 장면이 비디오로 찍혔고, 방송에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1992년 2월 5일 재판이 시작되면서 백인배심원만 참여하게 했다. 그리고 4월 29일 판결에서 경찰관 4명 중 3명은 무죄 1명은 재심사 결정이 내려졌다.
무죄 판결 소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분노한 LA 흑인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시위는 점차 폭동으로 변해가면서 방화, 약탈, 총격전이 벌어졌다.
폭동은 규모가 커졌고,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계까지 합류를 하면서 경찰이 감당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조지 H.W.부시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육군 병력 등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진압됐는데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58명, 부상자 2,383명, 체포된 사람은 13,779명이었다.
한인사회 피해
LA폭동은 한인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됐다. 한인사회가 그야말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다.
당시 경찰은 폭동을 막기 위해 백인 거주 지역으로 가는 길목을 완전히 차단했지만 한인 지역으로 가는 길목은 그대로 놔두면서 흑인들이 한인 지역으로 몰려가게 했다.
게다가 당시 흑인들과 한인이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로 LA폭동 전에 흑인 랩퍼들은 한인들에 대한 불만의 노래를 불렀다.
이는 한인 업체들이 흑인 손님들을 차별했다는 식의 내용이다. 하지만 대다수 흑인들이나 대다수 한인들은 서로에 대해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날의 중론이다.
다만 경제적 갈등의 충돌이 불가피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흑인들 사이에서는 한인사회가 확장하는 것은 위협적인 요소가 됐다.
LA에서 백인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인종이 황인종 그 중 한국인이라는 위협은 흑인들로 하여금 타켓이 되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국에서 LA로 이주한 이주민들은 밤낮 없이 일을 하면서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은 흑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 충분했다.
자경단 활약 그 이후
LA폭동에서 자경단의 활약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병역을 마쳤던 한인들이기 때문에 총을 다루는 솜씨가 흑인들에 비해 월등했다.
평소 총이 없었기 때문에 흑인들은 만만히 보고 코리아타운을 급습했지만 한인사회는 곧바로 자경단을 조직했고, 흑인들과 맞서 싸웠다. 그 덕분에 한인사회에서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초반에 재산 피해가 있었지만 흑인들이나 히스패닉계 사람들은 코리아타운의 자경단 소리만 들어도 피해갔기 때문에 후반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흑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흑인사회와 한인사회가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한인사회에서는 더 이상 미국 정부가 한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계 진출을 서두르게 됐다.
그 이전까지는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LA폭동을 계기로 미구 시민권 취측 운동과 정치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한인사회에서는 지역 정가에 많은 정치 기부금이 전달됐고, 미국 지역 정치인들은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한인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하게 이르렀다.
또한 한인사회는 백인사회와 흑인사회 그리고 히스패닉 사회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민 1세대는 영어가 서투르고, 경제적 기반을 닦는데 바빴지만 2세대와 3세대는 다른 인종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면서 각종 문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상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LA가 할리우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인 2세대와 3세대 영화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우리나라 영화의 또 다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TV+ 파친코나 미나리 등이 1세대와 달리 이민 2세대와 3세대는 다른 인종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