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1월 17일 국내총생산(GDP)가 2022년 3% 성장하고, 인구는 전년 대비 85만명이 감소한 14억1,175명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인구의 자연감소는 1961년 이래 처음이며, UN이 예측한 인구 정점도달 시점인 2031년 보다 9년이 빠른 것이다.
2016년부터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2020년 합계출산율이 1.28명에 이르자 중국정부는 2021년에 ‘1980년 도입한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고, ‘3자녀 허용, 육아휴직 제도’ 등 출산장려 정책으로 전환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올해 1월 23일 의회 시정 연설에서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사회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며 금년 국정과제는 아동양육 정책에 중점을 두어 4월에 ‘아동·가정청(Children and Family Agency)’을 신설하고, 6월까지 예산을 2배 증액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산 대책을 금년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제시한 기시다 총리는 “아동양육 정책이 미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투자”이며, 장기 생산력 증대를 저하하는 출산율 하락(2021년 1.34명)을 반전시키기 위해 “어린이 최우선 경제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0년부터 자민당이 집권하던 민주당 내각이 들어서던 인구문제에 관심을 갖고, 저출산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 20년 간 합계출산율 1.3-1.4명 수준을 유지하면서 매년 「저출산사회대책백서(少子化社會對策白書)」, ‘고령사회백서(高齡社會白書)’를 발간하고 정책을 수정·보완해 오고 있다.
지난해 5월 윤석렬 정부 출범이후 나경원 전 국회의원(4선)이 10월18일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에 임명됐으나 여당 대표 경선 참여 논란 속에 해임되었는바, 향후 연금·교육·노동 개혁 등에 근간이 되는 인구정책이 정부나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표류되는 것은 아닌 가 우려된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가 1-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06-2020)을 수립 시행했고, 윤석렬 정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을 검토 후 2022년 12월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차별 없는 출산’, ‘양육환경 조성’ 등 4대 분야 6개 핵심 과제를 선정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출산율 제고’ 목표가 없는 인구정책을 승계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월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제3차 기본계획의 정책 목표(합계출산율 2020년 까지 1.5명 달성)를 폐기하고 ‘삶의 질 제고’를 저출산 대책의 목표로 하는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러한 정책 대전환은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2018 합계출산율 0.97)에 대한 책임회피이며, 심도 있는 정책토론이나 전문가 참여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져 정책 실패가 예고되어 있다.
수정된 3차 기본계획(2019-2020)의 정책 방향이 제4차 기본계획에 채택되었으며, 보건복지부도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저출산 중심의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 초고령사회,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인구감소 적응 대책의 기본 방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서 저출산 현상은 저절로 해결할 수 있고, 저출산·고령화를 재앙이 아니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 마치 문재인 정부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던 ‘소득주도성장’과 같이 목표 실현가능성이 매우 적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대통령)는 자문위원회임에도 보건복지부가 담당해 오던 인구대책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인수해 2019년부터 사무처를 신설(2017.9, 35명)하여 저출산 대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인구정책은 기획재정부의 인구위기 대응 T/F (기재부 1차관 주재, 관련 부처 참여)가 주도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저출산대응사업 분석평가’(2021년 8월)에서 1-3차 기본계획의 저출산 정책을 성과·분석한 후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거버넌스 책임성 제고를 위해서는 저출산 정책 업무는 정책결정과 예산편성 권한이 있는 행정부처가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적시했다.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2.1명)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이후 합계출산율이 2.1명을 회복하더라도 당분간 인구감소는 이어진다.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이하라도 높으면 높을수록 고령화의 속도와 인구감소의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다수 선진국들이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이 ‘인구 1억명 지키기, 합계출산율 1.8명 달성’을 인구정책의 목표로 정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윤석렬 정부는 지속가능한 경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장기적인 국가전략(비젼)으로 총인구 5천만명 유지, 합계출산율 1.5명 등 구체적 정책 목표를 제시해야할 시점이다.
그리고 인구정책 총괄책임 부처로 ‘아동·가족처’를 신설하고 2030세대가 비혼·동거 출생아 지원, 육아 및 주거 지원, 이민 등 인구감소 대응방안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정부가 예산을 대폭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구정책을 추진한다면 젊은 세대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도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