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하남점 노동자 사망, 상봉점과 비교해 보니
코스트코 하남점 노동자 사망, 상봉점과 비교해 보니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6.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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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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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 하남점 3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9일 오후 7시쯤 쇼핑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김모씨(31)가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주차장 한 개 층에서 매시간 쏟아져 나오는 200개 안팎의 쇼핑카트를 쉼 없이 매장 입구 쪽으로 옮기는 일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망 이틀 전 김씨는 동료에게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총 4만 3천보를 걸었다고 호소했다. 거리로 따지면 26km 정도이다. 성인 남성이 아무런 짐이 없이 걸어도 힘든 거리인데 카트를 옮겨야 했다.
더욱이 이날 하남 낮 최고 기온은 33도이고,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고, 주차장 특성 상 벽면 전체가 뚫려 있는 상태에서 햇볕과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결국 김씨는 사망 당일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주차장 한쪽에 쉬던 중 쓰러졌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진보당 손솔 대변인이 23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코스트코 노동자 급사 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진보당 손솔 대변인이 23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코스트코 노동자 급사 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예고된 죽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손솔 진보당 대변인과 함께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를 향해 재해 당시 CCTV를 확보해 초동대처와 주차장 노동환경, 직전 업무내용·시간·강도 등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고인의 사인인 폐색전증의 원인으로 서서 일하는 고정된 자세가 많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대재해 가느성을 열어둔 재해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코소트코지회는 2020년 8월 설립 이후 노동자가 때때로 앉을 수 있는 의자 도입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남 주차장에는 노동자가 앉을 수 있는 의자는 휴게실에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휴게실에 5층에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3시간마다 주어지는 휴식시간이기 때문에 5층 휴게실에 도착하면 휴식시간이 지나기 일쑤였다. 사실상 주차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와는 멀다고 할 수 있다.
사진=파이낸셜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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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냉방시설 없어

마트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는 별도의 냉방 시설이 없고, 온습도를 체크할 온도계가 없어 일하는 곳의 환경이 어떤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주차장 1층과 2층은 차량 열기뿐 아니라 내부공조시설이 맞닿아 있어 체감온도가 더 높았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처럼 폭염에 따른 추가적인 휴게시설이 마련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트노조는 하남점과 비슷한 매출을 기록하는 상봉점과 비교했는데 주차장 4개층을 가진 상봉점은 카트 관리를 하는 노동자가 17명이었지만 하남점은 주차장 5개층에 11명의 인원이 카트를 관리해야 했다. 또한 캐셔인원도 상봉점(60여 명)보다 하남점(40여 명)이 적다. 고인은 원래 계산대 업무를 수행했었는데 카트 관리 업무에 결원이 발생하면서 재배치됐고, 2주가 지난 후 사망한 것이다. 마트노조는 이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력 문제를 인력충원 대신 노동력 쥐어짜내기로 해결했던 것”이라며 “응답 없는 인력충원 요구에 무더위에도 더 많이, 더 빠르게 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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