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역사] 근대화의 갈림길은? 과학기술과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
[부의 역사] 근대화의 갈림길은? 과학기술과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
  • 김진혁
  • 승인 2023.11.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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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근대화·글로벌화에서 뒤져 큰 대가를 치렀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나라의 흥망까지 걸린 국면 교육이 백년대계, 기업에 대한 인식변화를 요청한다.
대한제국 고종황제.
대한제국 고종황제.
[파이낸셜리뷰] 백두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가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동해로, 왼쪽으로 떨어지면 서해로 간다. 한 민족의 흥망성쇠는 혁명의 도전 정신으로 갈라진다. 산업혁명은 근대국가와 농업 국가로의 갈림길을 제공했다. 영국은 가장 먼저 산업혁명(1780~1830년)을 맞아 기술 발전을 이루었다. 그 결과 19세기 영국이 전 세계 4분의 1을 지배하는 최강대국으로 군림하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영국은 기술자들을 우대하고 기술개발을 적극 장려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수입을 규제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무력을 동원하여 수출을 확대했다. 동인도회사 개편(1654년) 등 위정자와 의회가 나서 제조업을 육성하고 상인의 상권을 보호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영국의 사례를 배운 네덜란드에는 유럽에서 종교박해를 피해온 프랑스 위그노 등 신교도들과 유대인이 많았다. 그들은 통상과 무역의 귀재로 16세기부터 해상으로 진출해 인도네시아 자바섬, 대만, 일본 나가사키까지 장사를 하러 왔다. 이처럼 근대국가로 바뀌는 시점에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대처는 사뭇 달랐다. 일본은 화혼양재(和魂洋재)라고 해서 영국의 발전사례를 본받고, 전통문화는 유지하되 서양의 기술은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쳤다. 조선은 위정척사(衛正 斥邪) 사상이 주류를 이루며 세계를 향한 문을 굳게 닫음으로써 빠르게 발전하는 국제 사회에서 소외되고 말았다. 유학자 최익현의 ‘면암집’중에서 “서양인들이 욕심내는 것은 무역을 하는 것이다. 서양인들의 상품은 대부분이 사치스럽고 이상한 물건으로 공장에서 쉽게 만들 수 있어 그 양이 무한하고, 우리의 상품은 백성의 생명이 달려있는 땅에서 나는 것으로 그 양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무역이 이루어지면 나라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단발령 거부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함으로써 세계사적 흐름을 읽지 못했다. 일본도 서양을 받아들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처럼 반대세력이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서구 열강으로부터 원양 항해 기술과 과학기술을 배웠고 조선과 동아시아에 거대한 식민지를 건설했다. 일본의 탈아입구(脫亞入歐)는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비록 서양이 오랑캐의 문물이지만 받아들여 강대해지자는 식이었다. 막부는 천황에게 국가 통치권을 돌려주는 대정봉환(大政奉還)과 질서 있는 막부의 퇴각으로 유신 개혁에 힘을 실어주었다. 오늘날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저개발국가들이 지난 수십 년간 수조 달러 이상의 원조자금을 받았지만, 여전히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원조자금의 대부분을 산업자본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얼마나 혁신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진다. 우리나라가 70여 년 전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데 기술보국·기업입국의 발전원리를 가졌었다. 이제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육이 곧 백년대계이며 기업인이 우대받아야 한다. 지식산업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를 기반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맹렬히 굴려 나갈 때 초강국이 되지 않을까? 콤플렉스를 넘어 미래로, 일본을 넘어 세계로, 가능성을 넘어 창조를 이뤄내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문명권의 충격에 갇혀서는 문화 후진국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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