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이건희 기증관, 내년도 정부 예산 '제로'...이유는?
(가칭)이건희 기증관, 내년도 정부 예산 '제로'...이유는?
  • 이영선 기자
  • 승인 2023.12.1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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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이건희 기증관 건립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문체부가 60억원의 설계 예산을 요청하였으나, 기재부는 명확한 이유 설명 없이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라’며 거부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입니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포기하겠다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은 문화 향유에 대한 국민의 높은 열망을 확인함과 동시에 대규모 기증으로 풍부해진 국가 문화유산 활용의 확장성을 제시해 주는 모범 사례입니다. 이건희 기증관은 총사업비 1287억원,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일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입니다.”
“2028년 개관을 하려면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기본, 실시설계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게 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대형 국책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칭)이건희 기증관 설립과 관련, 이같이 일갈했다. 황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월 故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소유했던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가에 기증했다. 국보 제216호 <정선 인왕제색도>와 보물 제2015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과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여인들과 항아리>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 점, 모네 <수련>, 피카소 <무제> 등 세계 거장 대표작이 포함됐다. 故이건희 회장 소장품 기증으로 우리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졌으며,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2021년 6월부터는 미술사, 박물관 정책, 건축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증품의 활용 원칙, 중장기 활용계획 수립, 최종 건립부지를 심의·의결했다. 2021년 7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입장 인원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 오픈 당시부터 국민적 관심과 열기가 매우 높았습니다. 4만 7천여 명이 관람했고, 특별전이 연장되기도 했다. 부지확보 과정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문체부는 다른 정부 부처(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 내 부지 현황을 일일이 파악해 해당 소유권을 문체부로 이전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아울러 관계부처에 사업 취지와 추진계획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국유지와 서울시 공유지 간 교환 협의를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문체부는 기증관 건립부지로 송현동 부지를 최종 선정했다. 2021년 11월 이건희 기증관의 최종 건립부지로 서울 송현동을 확정·발표하고, 서울시와 부지교환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식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송현동은 경복궁, 광화문 광장, 서울공예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북촌·인사동이 인접해 있어 기증관 건립의 최적지”라며 “기증관 건립을 통해 광화문 일대가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지대(벨트)로 발전하고, 서울이 세계 5대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희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희 의원실
황희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황희 의원실
황희 의원은 당시 자신이 문체부 장관으로서, 송현동으로 부지 확정을 하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수많은 지역에서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기증관 건립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과정 속에 전문가들의 오랜 고민과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이건희 기증관의 위치는 송현동으로 부지가 확정됐다. 문체부는 상권, 호남권, 충청권 등 권역별로 문화시설 거점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과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뮤지엄’을 구축해, 권역별 순회전시, 연구 등을 통해 지역에서도 이건희 기증관의 작품이 향유되고, 소외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그 결과, 2022년에만 이건희 컬렉션 지역 순회전에 약 50만 명이 관람했고, 2023년에도 6개 지역 7개 미술관에서 지역순회전을 개최했다. 2024년 이후에는 미국, 영국 등 국외 전시 개최도 준비 중이다. 2022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했고, 올해 7월 20일에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예타 통과를 알리며, “예타를 통과한 (가칭) 이건희 기증관 건립사업은 인근에 위치한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등과의 연계를 통해 광화문 일대의 도심 문화관광을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황희 의원은 “이건희 기증관은 대규모 기증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는 거점이자, 다양한 문화예술·관광 인프라와의 연계를 통해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새로운 융복합 박물관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위대한 문화유산이자 수준 높은 예술품으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향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호소했다. 황 의원은 이어 “이건희 기증관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에 설계비 등 관련 예산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정부(기획재정부)는 이건희 기증관 예산 반영에 적극 협조하기 바란다. 저도 국회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여야 의원님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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