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정적’도 주목한 K-식품... 도시락, 초코파이情, 마요네스
러시아 ‘푸틴 정적’도 주목한 K-식품... 도시락, 초코파이情, 마요네스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4.01.12 15: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교도소에 수감 중인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한국 컵라면 '도시락'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며 교도소 식사 시간제한 폐지를 요구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거부당했다.  팔도의 ‘도시락’ 컵라면을 비롯한 오리온 ‘초코파이情’, 오뚜기의 ‘마요네스’는 오랜 시간 러시아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 식품은 1990년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와 교류가 시작된 직후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이들은 어떻게 러시아 시장을 개척해 오늘날까지 러시아의 국민 식품이 될 수 있었을까?
사진=팔도
사진=팔도

추운 날씨에는 역시 라면이지, 팔도 도시락 컵라면

팔도의 히트작 도시락 라면은 대한민국보다 러시아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러시아 시장 내에서 도시락은 수년째 용기면 시장점유율 60%로 부동의 1위 제품이다. 국민 라면을 증명하듯 러시아 곳곳에서 도시락을 만날 수 있다. 일부 러시아인들이 라면이란 식품을 ‘도시락’이라 부를 정도로 인기다. 도시락 열풍의 시작은 1990년대 초 러시아를 오가는 부산항 보따리 상인들로부터였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사각형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일반적인 원형의 컵라면과는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각진 모양 덕분에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안정적인 섭취가 가능했다. 칼칼한 맛도 러시아 전통 수프와 유사했다. 선원과 보따리상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여온 도시락은 점차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당시 러시아에 끓여 먹는 라면 자체의 개념이 생소했던 터라, 입소문을 탄 도시락의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도시락을 찾는 고객이 빠르게 늘어나자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전역으로 공급이 확대됐다. 진출 첫해에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1998년 러시아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악화된 경영환경에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했다. 하지만 투자 초창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위기는 기회로 찾아와 당시 팔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현지 판매량이 연간 2억 개에 육박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두 곳의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팔도는 러시아에서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했고 원료의 고급화, 우수한 가공기술 등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또한 모든 ‘도시락’에 포크를 넣어 편리함을 더했다.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 라면 국물은 온몸을 사르르 녹여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도시락’을 먹는 현지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러시아인들은 철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로 ‘도시락’을 먹는 것을 꼽는다. 반나절에서 길면 수일간의 장거리 기차 여행이 많은 러시아 철도의 특성상 도시락의 납작한 사각 모양은 가방 속에 넣기 용이해서 평이 좋다고 한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했다. 2005년 7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6년 처음으로 연 매출 2억 달러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3억 개가량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2개씩 먹은 셈이다. 최근 5개년(2018~2022년) 평균 신장률은 15%에 육박한다.  2014년에는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의 제품상은 러시아 전역 소비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가장 인기 있는 상에 주어지는 만큼, 도시락의 러시아 시장 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오리온
사진=오리온

시베리아를 녹이는 한국의 情, 오리온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는 국내를 넘어 러시아에서도 효자 상품이다. 1996년 러시아인 모델이 국내 초코파이 광고를 할 때 현지 스태프들도 돈 대신 초코파이를 받아 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매출액은 이미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러시아 같은 구공산권 국가의 대부분은 간식이나 기호품 등의 비필수적 사치재를 생산하는 경공업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은 기회를 틈타 지속적인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는 차(tea)와 케이크를 즐겨 먹는 문화가 발달해있다. ‘다차’라는 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만들어 먹는다. 오리온은 이러한 러시아 현지 문화를 착안해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망고 등 잼을 활용한 다양한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결과적으로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 국민들이 차와 함께 곁들여 먹는 대표 간식이 됐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4개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3년간 준비한 사업부지 152,252㎡(약 46,056평), 연면적 42,467㎡(약 12,846 평)의 트베리 신공장을 2022년 6월부터 가동해 매출 성장의 불을 지폈다. 2023년 4분기에는 파이 생산라인을 추가 구축했다.  오리온은 앞으로도 차별화된 제품 연구개발 노하우를 지닌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를 통해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나갈 계획이다. 
사진=오뚜기
사진=오뚜기

오뚜기, 마요네즈에 진심인 러시아를 사로잡다

올해 50살이 된 국내 판매 1위 오뚜기 마요네스는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수년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00년대 말~ 2000년대 초는 러시아 상인들이 국내에 많이 진출한 시기였다. 1996년 당시 러시아 상인들이 우연히 '오뚜기 골드 마요네스' 맛을 보고, 대량으로 사 가면서 수출이 시작됐다. 세계에서 마요네즈를 가장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다. 오뚜기는 1996년 러시아 현지에 마케팅 팀을 파견하여 거의 1년간 러시아 음식만 먹으며 러시아인들의 마요네즈 식습관을 연구했다. 이때 러시아인들은 품질이 좋은 마요네즈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대량 구매하더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러시아인들은 예로부터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자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고열량의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었다. 러시아에서는 라면을 먹을 때도 보통 마요네즈를 섞어 먹는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녹은 마요네즈가 치즈처럼 녹는 것에 열광했다. 덕분에 팔도의 도시락 판매와 함께 마요네스 판매량도 덤으로 늘어났다.  오뚜기는 팔도 도시락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는데, 현지 공장을 짓지 않고 전량 한국 국내 생산 후 수출하면서 "한국에서 온 고급품 마요네즈"라는 마케팅 전략을 취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로 마요네즈 매출이 줄었으나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극동지역에서 사랑받는 제품임은 여전하다. 한편, ㈜오뚜기는 오뚜기 마요네스 출시 50주년을 기념하며 마요통삼겹, 마요스테이크 등 다양한 마요네스 레시피를 공유하는 ‘마요 믹스앤매치’ 캠페인을 온라인상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사랑을 받는 국내 식품으로는 매년 수출 규모가 500~600만불에 이르는 동서식품의 커피크리머 ‘프리마’, 빙그레의 스낵 ‘꽃게랑’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2024-01-12 17:32:55
대한민국 기업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