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기업공시 작성기준 ‘임원현황’ 작성지침 위반 논란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서희건설이 기업공시 의무를 위반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매년 한국거래소에 제출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상에 무려 22년간 임원명단을 누락했다는 지적이다.
18일 본지가 서희건설이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1명의 등기임원 명단 외에 73명의 미등기임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희건설의 미등기임원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것은 임원의 등기여부가 구분 표시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22년 동안 이어졌다.
금감원, 미등기임원도 사업보고서상 임원현황에 표기하도록 해
코스닥등록 기업인 서희건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년 사업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시할 의무가 있다. 사업보고서에는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해당 기업의 전체 임원 명단을 기재해야 한다.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임원명단에는 등기임원뿐만 아니라 미등기임원도 포함된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제9-1-1조(임원의 현황) 작성지침 2에 따르면 ‘임원의 현황은 이사, 감사 외에 상법 제401조의2의 규정에 따른 업무집행지시자를 포함하여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이사와 감사는 등기임원을 의미하고 상법에서 규정하는 ‘업무집행지시자’는 등기임원 외의 임원, 즉 미등기임원을 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기준에서 언급한 상법 제401조의2에는 ‘이사가 아니면서 명예회장·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이사 기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여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자’를 임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법에서도 등기임원이 아닌 임원을 설명하고 있다.
상법과 금감원 지침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임원에 대한 정보를 사업보고서상에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금감원의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따르면 임원의 ▲성명 ▲성별 ▲출생년월 ▲직위 ▲상근여부 ▲담당업무 ▲주요경력 등의 내용을 표기하도록 되어 있다.
서희건설 측 “미등기임원은 공개대상 아냐”
사업보고서상 미등기임원 명단을 누락한 이유에 대해 서희건설 측에 문의한 결과 ‘미등기임원은 공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서희건설의 미등기임원들은 상법401조에서 규정한 업무집행권한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보고서상에 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무·상무·이사 등의 호칭을 사용하는 미등기임원은 업무에 대한 집행권한이 없기 때문에 공시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상법401조2의3에는 업무집행 권한 유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는 임원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전무·상무·이사 등의 호칭을 사용하는 임원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본 결과, 서희건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등기임원 및 미등기임원 전원에 대한 정보를 금감원 지침에 따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희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직원수 대비 임원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이다. 지난 5일 본지가 보도한 [재무리뷰] 서희건설, 비정상적 임원규모 논란…직원 10명당 1명 ‘임원천국’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타 건설사보다 임원비중이 최소 3배에서 최대 20배가 많은 10.1%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다. 이에 따라 총인건비에서 임원보수 비중도 타사의 2~8배 많은 22.9%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의 서희건설의 임원 수는 등기임원 포함 85명으로 ▲삼성물산(162명) ▲한화(110명) ▲대우건설(102명) ▲현대건설(98명)에 이은 5번째로 많다. 서희건설보다 임원 수가 많은 기업들도 금감원 기준에 따라 모든 임원의 명단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 서희건설은 22년째 임원명단을 비공개로 일관해오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22년간 사업보고서상에 임원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단순 누락이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 “임원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의도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명단 누락에 대해 “공시위반 결정 기준은 투자자의 투자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 여부에 따른다”면서 “구체적인 위반여부는 심사와 법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