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미래성장동력’을 키우고 고객 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손을 잡았다.
G마켓‧SSG닷컴 등이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신세계유니버스클럽과 CJ ONE 포인트 등의 혜택을 합치는 것이 핵심인데,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공룡 ‘쿠팡’을 상대할 적수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CJ인재원에서 ‘CJ-신세계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진행했다. 신세계그룹에서는 임영록 경영전략실장, 한채양 이마트 대표, 위수연 신세계프라퍼티 컨텐츠본부장이, CJ그룹에서는 김홍기 지주사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 허민회 CJ CGV 대표 등이 참석했다.
양측 그룹 수뇌부는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1등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온·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콘텐츠 등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신세계-CJ 양측 그룹의 협업으로 기대되는 점들은 ▲물류 협업 ▲우수한 상품력 ▲멤버십 콜라보 등이다.
첫번째로 눈여겨 볼만한 점인 ‘물류 협업’은 G마켓과 SSG닷컴이 CJ대한통운의 물류력을 활용해 사실상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항하는 것이 골자다.
일례로 G마켓이 CJ대한통운의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해 빠르면 7월부터 ‘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해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SSG닷컴도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쓱배송,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의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물류운영에 드는 원가는 상당부분 절감하고, CJ대한통운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에 윈윈(win-win)전략으로 풀이된다.
두번째로 기대되는 부분은 ‘우수한 상품력’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이마트·SSG닷컴·G마켓이 CJ제일제당의 신제품 13종을 선론칭해서 판매한 바 있는데, 선론칭을 넘어서 상품 기획단계에서부터 양사가 머리를 맞대고 공동개발에 나설 길이 열린 셈이다.
세 번째로는 ‘멤버십’ 부분에서의 콜라보인데, 신세계가 운영 중인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유니버스클럽과 CJ의 CJ ONE 포인트 멤버십이 합쳐진다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혜택에 CGV‧올리브영 등에서의 포인트 적립‧사용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신세계 그룹과 CJ그룹이 손을 잡은 배경에는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 시장의 공세가 거세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희망퇴직을 받으며 과거의 명성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말 납품가 협상 결렬로 쿠팡과 갈등을 빚은 이후 다른 유통채널로 눈을 돌렸는데, 햇반 없이도 성장세를 이어갔던 쿠팡과 달리 CJ제일제당은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력채용 면에서도 쿠팡이 두 그룹과 비교해 앞서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5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88개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고용 변동을 분석한 결과, 고용인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2022년 말 5만2551명에서 지난해 말 8만4702명으로 1년새 직원수가 3만2151명(61.2%) 늘었다. 반면 신세계는 2209명 감소했고, CJ는 3554명 늘었다. 작년 기준으로 그룹 전체 고용규모 역시 쿠팡이 8만4702명으로 신세계(7만1530명), CJ(6만1901명)를 제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 내에서는 ‘쿠팡’이라는 공룡의 등장으로 위기에 봉착한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고심 끝에 사업제휴 합의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