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0년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서양식 성당
- 기념 식수였던 느티나무는 어느새 수령 130년이 넘어
- 자연과 함께 숲에서의 힐링을 느낄 수 있는 국립횡성숲체원
- 횡성의 자연과 익사이팅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횡성루지체험장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횡성에서 늦가을의 풍경을 만났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시골 마을을 들어서니 커다란 느티나무에는 노란 물감, 갈색 물감, 그리고 뒷편으로는 초록 물감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입니다. 이 느티나무 뒤로 횡성 풍수원성당의 모습이 보이네요.
‘1888년 유적지, 풍수원성당’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걸어갑니다. 여행자의 발은 여전히 알록달록한 느티나무를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가을에는 단풍을 보기 힘들다는 뉴스를 접한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늦가을의 정취를 뽐내고 있는 느티나무에 여전히 눈길이 가네요.
잠시 눈을 돌려 ‘횡성 풍수원성당’ 안내판을 읽어 내려갑니다. ‘1802년 신태보 베드로 복자를 비롯한 40여 명의 신자가 박해를 피해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된 신앙 공동체’라고 적혀 있습니다. 80년을 성직자 없이 신앙생활을 했던 터전인 것이지요. 1888년 본당으로 설정되어 프랑스 성직자 르메르 신부가 초대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첫 미사를 드렸다고 하네요.
1888년에는 초가 사랑방이었다가 1896년 정규하 신부가 2대 본당 신부로 부임, 1910년에 120평 규모의 고딕 로마네스크양식 벽돌집 성당으로 완공이 되었다고 합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뽐내고 있는 느티나무는 성당 봉헌식 때 심어진 기념식수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느티나무의 수령은 130년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네요. 한 가지 알려 드릴 정보가 있습니다. 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서양식 성당으로, 서울 약현성당, 완주 되재성당,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 이어 국내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서양식 성당이라고 합니다.
성당 옆으로 완만한 언덕길이 있는데, 이곳은 십자가의 길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십자가의 길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예수님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 처형되기까지의 장면이 14개의 비석에 판화로 새겨져 있습니다. 성당을 찾는 신자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여행자에게도 좋은 산책로가 될 것입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횡성에는 숲 체험 활동을 통해 산림에 대한 올바른 지식 습득할 수 있는 국립횡성숲체원이 있습니다. 청태산 해발 850m에 위치한 국립횡성숲체원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가 제1호 산림교육센터입니다.
현지에서 만난 이수성 국립횡성숲체원 원장은 “횡성숲체원에는 다양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휴식하고, 청태산에 조성된 숲길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최근에 맨발숲아랫길이 개방되면서 맨발숲윗길과 연결되어 이용하기가 더 편리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횡성숲체원에는 맨발숲윗길, 맨발숲아랫길, 이마트 내일의 숲길, 늘솔길, 힐링숲길, 도토리길, 무장애데크길, 코르크길 등의 숲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국립횡성숲체원 이용자들은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 “조용히 쉬기 좋다”, “뷰가 좋다”라는 리뷰를 달고 있으며, 특히 가격이 저렴한 숙소(비수기 평일 기준 3만원)가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객실에서의 취사(바베큐 포함) 및 음주, 흡연이 금지되어 있으며, 객실에 TV가 없으며, 개인 세면도구와 수건을 지참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 덕분에 ‘오롯이 휴식과 힐링을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합니다.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과 익사이팅한 체험을 하고 싶다면, 횡성 루지체험장을 추천합니다. 루지체험장에서 표를 구매한 후, 안전모를 착용하면 셔틀버스를 타고 루지체험장까지 이동을 합니다. 주중 일반은 1만2000원, 성수기 주말의 경우 1만5000원(성인 기준)이며, 매표권 1장당 횡성 관광상품권 3000원이 증정됩니다. 이 관광상품권은 인근 카페나 횡성군 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출발 전, 가이드로부터 루지 핸들 조작에 대한 요령과 안전 수칙을 배운 후, 천천히 출발 대열로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속도가 안 나는 느낌이지만, 트릭아트가 있는 구간을 지나면서 서서히 속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과속을 예방하기 위해 지그재그 안전펜스가 있어 스릴 만점의 드라이브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루지를 탈 때는 2.4km의 구간이 길게 느껴졌지만, 한 번 더 탑승할 때는 짜릿한 속도감과 안전 펜스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재미에 빠져 오히려 아쉽기도 했습니다.
횡성루지체험장은 지난 2020년 8월 폐쇄되어 방치되었던 국도 42호선(서울과 강릉을 오가던 관동옛길)을 스릴 만점의 레저를 통해 사계절 이용할 수 있게 변모한 곳입니다. 또한, 단일 코스(2.4km)로는 세계 최장의 길이며, 인위적인 코스 개발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이용하는 느낌이라 오감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