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역사] 코스닥 광풍(1999년)과 주가조작 행위
[부의 역사] 코스닥 광풍(1999년)과 주가조작 행위
  • 김진혁
  • 승인 2024.08.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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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기술 6개월 만에 70배 상승 코스닥 열풍은 투기적 버블로 이어졌고 루보, 라덕연 게이트의 종말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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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포항제철(현포스코) 주식을 보유했던 한 투자자는 1999년 7월 15만 원에 매수했는데, 석달이 지나도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초 우량주를 장기 보유할 계획을 변경 시대 흐름에 과감히 따라야 하겠다고 판단하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증권사 직원은“지금은 코스닥 벤처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국민 pc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한글과 컴퓨터는 컴퓨터에 깔릴 소프트웨어 업체로 정책 수혜주입니다.”1월에 400원이던 주가가 이미 5000원에 올라있었다. 단기적 급등 종목으로 잘못하면 급락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포항제철을 팔고 한글과 컴퓨터로 갈아탔다. 1999년 11월 15일 1만 2600원 2001년 1월에는 5만 8000원에 이르렀다. 큰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자신감으로 2000년 1월 새롬기술에 투자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투기로 번 돈 투자금액의 70%를 날렸다. 코스닥 광풍을 선도한 주식은 골드뱅크다. 1998년 10월 코스닥에 상장될 때 500원에서 출발했으나 다음해 2월 초에 4500원 5월 28일에는 저점 대비 무려 55배나 상승한 2만 7450이 되었다. 이 회사의 주가 상승 재료는 ‘인터넷을 보면 돈을 줍니다’로 골드뱅크 홈페이지에 개재된 광고를 클릭하면 일정 금액을 회원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 회사명도 은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골드뱅크를 무모하게 사들였다. 한국 최초의 원조 벤처였던 회사는 이름을 골드뱅크->코리아텐드->블루멈으로 수차례 변경하다가 2009년 9월 4일 초라한 모습으로 거래소 상장폐지가 되었다. 화려한 파티는 끝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통한의 눈물을 남겼다. 90년대 말 국제적인 IT 붐을 타고 코스닥 시장이 단기 급등했다. 6개월 사이 70배 가까이 올랐던 새롬기술 등 급등종목이 속출했다. 코스닥 열풍은 투기적인 버블로 이어졌고, 2000년 3월 고점 형성 이후 장기 약세장이 이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99년 이후 2000년 3월의 고점까지 299%나 급등했지만, 이후 약세장이 지속. 2010년 9월 10일 종가(484p)는 2000년 3월의 역사적 고점(2,834p) 대비 82% 하락한 수준. 코스닥의 폭락은 건설주 파동, 증권주 급락과 함께 한국의 개인 투자가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주가 급락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역사적/세계적으로 유명한 주가조작 사건은 영국 남해 거품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아이작 뉴턴이 전 재산을 잃게 만든 주가조작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라이브도어 주가 조작 사건이 유명하다. 2006년 1월 18일, 이 사건으로 라이브도어에 대한 매도주문이 폭주해 도쿄 증시는 시스템 처리 능력을 초과할 우려가 생기자 모든 종목의 거래를 중단하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사례로는 루보사태, 라덕연 게이트 등이 있다. 루보사태는 1,500억 원이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작전 종목이다. 작전의 총책 중 한 명인 제이유 부회장은 자신의 조직을 동원하여 제이유 회원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거기서 계좌 수익률을 보여주면서 회원 여러분도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퍼뜨려 제이유 회원들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2000원 하던 주식은 6600원까지 올라갔다. 작전세력의 주식 처분에도 불구하고 4월 16일 주가가 5만 1400원(3만 8707원은 유상증자 이후 환산가)까지 치솟다가 폭락한다. 연일 하한가 직행(11거래일 연속 하한가). 단 한 달만에 3000원대로 내려간다. 그후 상장폐지 되었다. ‘라덕연 게이트' 불리는 시장 신뢰 훼손 사건이 있었다. 2023년 4월 24일 오전 10시 38분을 기점으로 돌연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8개 종목이 일거에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해당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매도 창구 상위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 위치하면서 사건 초기에는‘SG증권 사태’라고 명명되기도 했다. 해당하는 종목들이 연일 하한가를 이어간 가운데, 내막에는 라덕연 당시 H투자자문사 대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 전 대표 일당은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해 주가를 조종해오고 있다가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일당 중 일부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물량을 대거 매도하면서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 된다.

▶ 주식에 관련한 부정행위(scam) 세 가지 유형

① 행위에 의한 주가조작 (Action-based): 주식을 매입한 후 인수합병을 시도한다거나, 악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주식을 매각하는 행위 등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미리 매수/매도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② 정보에 의한 주가조작 (Information-based): 루머나 거짓정보를 흘리는 방식이다. 뉴스나 공시 등을 통하는 방식으로 타인을 속이는 불공정 거래이다. ③ 거래에 의한 주가조작 (Trading-based): 자금력을 이용해 주가조작을 하는 것으로, 시세조종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금융당국에서도 이 정의를 그대로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주가조작을 정의하고 있다. 첫째, 미공개 정보 이용 : 기업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 둘째, 부정거래행위 : 허위공시, 언론 등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유출하는 것, 셋째, 시세조종 : 자금력을 이용한 매수와 매도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끌어내리는 행위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트레이딩회사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이용한 신종 주가조작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주가조작은 팀 단위로 이루어진다. 그러한 조작 행위를 ‘작전’(作戰, Scam)이라고 하며, 작전에 연루된 사람들을 ‘작전세력’이라고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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