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망각에서 벗어나
주주가 도박 이미지에서 회사의 주인으로
외국인 투자 한도 철폐
[파이낸셜리뷰] 1997년 11월 14일 원·달러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달러당 1000원을 돌파하자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청와대를 찾아‘국가부도’선언과 다름없는 구제금융 신청 계획을 보고했다.
11월 16일 그런데 청와대는 난데없이 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을 새 경제부총리로 임명하는 바람에 ’기존 IMF 도움 없이도 국난 해결이 가능하다‘라는 기존 합의를 뒤엎는 사태가 발생했다.
IMF 외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은 장중 1200원을 돌파했다. 11월 2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IMF에 200억 달러 구제금융 신청계획을 밝혔다. 11월 24일 월요일 코스피지수는 34.79포인트(7.17%) 떨어진 450.64로 주저앉으며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98년 5월 25일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한도를 완전폐지했다. 한국 증시의 대외 개방이 시작된 것은 92년이었지만 외국 자본의 증시 유입이 본격화됐던 것은 98년 외국인 투자 한도 완전폐지 이후부터였다.
당시에 단행한 투자 자유화 조치는 다른 이머징국가의 개방 정도와 비교해 볼 때 대단히 급진적인 조치였음. 외국 자본의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적 관행이 한국 증시에 이식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자리 잡게 됐음
▶ 주식투자 ‘도박의 이미지’에서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변화
1962년 증권파동, 1980년 후반 증시 대폭등 후 1990년 깡통 계좌 정리사태, 97~98년 IMF 사태, 2000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등 한국 증시 역사 속에서 개인투자자는 굴곡이 있을 때마다 큰 손해를 보았고 그야말로 몰살당하는 개미처럼 취급을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주식투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었다. 심지어 2010년대 중반 국정감사에서 어떤 국회의원은 “국민연금이 어떻게 주식과 같은 도박을 하느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도 했다.
그러했던 주식투자에 대한 이미지가 2020년 동학 개미 운동 속에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바뀌었고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대상”, “은행 이자보다 높은 배당수익률”, “합리적으로 투자하면 자산증식 사다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세 차익만이 투자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업을 소유하는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기업의 성장과 자신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 주주는 회사의 주인 : 그 당연한 진실을 이제야 받아들이는 개인
주주(株主)는 자신이 가진 지분 비율만큼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주인이다. 주주라는 단어에 뒷부분 주(主)는 임금, 주인, 우두머리 ‘주’자에서 보시는 것처럼 주주는 회사의 주인을 의미한다.
이는 일반 회사 주식뿐만 아니라 상장된 다양한 주식들이 등장했다. 리츠 주식은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직접 부동산을 매수한다면 계약서부터 세금 관리 등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그런데 공모를 통해서 일반투자자가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면 부동산에서 나온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주식 리츠는 상업용부동산, 호텔, 공장 병원 등 다양한 부동산 투자기회를 준다.
을지로에 있는 장교빌딩은 리츠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에프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삼성생명 서초타워, 삼성화재 사옥, 청담스퀘어 등 스폰서가 보유한 우량 핵심 자산 편입을 매입해 대형 다물 리츠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과거의 단타 투자자에서 중장기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투자한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 내가 주인인 회사 : 현재와 미래의 가치 창조
주식투자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매력은 내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그 회사의 이익을 함께 나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투자한 회사의 임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보며 뿌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주인의식은 회사의 이익은 총수 것이 아닌 주주의 것임을 깨닫게 한다. 요즘 ESG 경영이 자리잡았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만약 회사가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거나 주주를 벌레 취급하고 있다면 개인투자자들은 연합하여 힘을 과시할 수도 있다.
이러한 투자한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전 국민이 갖게 된다면 상장 기업들은 점점 주주 친화적인 정책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드라마에서처럼 회사를 이용하여 비자금을 만든다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등의 행동과 결정들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