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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한 메뚜기
슈퍼 리치의 공통점
불필요한 정보 단절
[파이낸셜리뷰] 이탈리아 출신의 언론인 리사 이오띠(Lisa Iotti)는 그의 책 ‘산만함의 시대, 8초 인류’에서 현대의 인류가 어떤 사안에 대해 8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썼다. 그레서 신인류를 ‘8초 메뚜기’라고 부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서핑 하면서 막간을 즐기는 여유 없이 정보의 바다에서 이리저리 표류하며 자기의 정체성을 잃어 가는 폐해를 겪고 있다. 각종 문자 메시지와 알림으로 인해 끊임없이 주의력이 산만해져 삶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스마트폰과 더 많이 친숙한 사람일수록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쇠퇴해진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궁금한 문제나 용어가 있으면 더 깊이 생각해 보던 과거와는 달리 언제라도 궁금증을 즉시 해결해 주는 자료가 손안에 있으니 디지털 세계에 더 의존적이 되어 가고 있다.
어딘가를 찾아갈 때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기억을 더듬어 알아내려던 행위가 이제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부자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친절함, 강렬함, 야망, 끈질긴 결단력이 필요한데 디지털 메뚜기로서는 이런 조건을 갖지 못한다.
부자들의 소비 성향을 연구해 기업에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인 ‘럭셔리 인스티튜트(Luxury Institute)’의 CEO 밀턴 페드란차(Milton Pedraza)는 “새로운 부의 상징은 소셜미디어를 버리고, 이메일에 곧바로 답장하지 않고, 최신 아이폰 모델로 무장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시대의 슈퍼히어로들은 대부분 게임을 시작으로 디지털 역량을 잘 키운 사람이다. 반도체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젠슨 황은 1993년 30세의 나이에 엔비디아를 공동 설립한 후 몇 차례 파산 위기를 겪다가 1997년 출시한 RIVA128 그래픽 카드 덕분에 겨우 살아남았다.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9년 상장했지만 이후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며 위기 속에서 가까스로 생존했다. 황은 "모든 스타트업이 끊임 없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며 "항상 죽음과 싸우며 항상 관련성을 위해 싸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젠슨 황의 순자산은 약 1190억 달러(약 164조 원)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11위에 올랐다. 이것은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찍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1994)은 유치원 시절부터 코딩과 게임에 푹 빠져 지내다가 아버지의 코칭으로 비트코인을 연구하게 되면서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
비트코인에 관해 연구하는 커뮤니티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이더리움의 근간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었고 19살이 되던 대학 1학년 때 이를 출시하면서 세계적인 암호 화폐 전문가이자 수퍼리치가 되었다. 그의 재산은 4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챗GPT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1985년생)도 8살 때부터 코딩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탠퍼드 대학 2학년 때 중퇴한 이후 소셜네트워킹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돈을 벌더니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 최고 투자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1971년생)도 12살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해 게임을 만들고 이걸 500달러에 팔았다고 한다.
이 성공한 슈퍼 리치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신대륙의 세계관으로 커뮤니티를 통해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네트워킹을 했고, 그 인맥을 바탕으로 무모한 도전을 단기간 내 성공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디지털 신대륙은 더없이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한 셈인데 게임은 어린 시절 그것을 배우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탄산음료를 덜 마시고 담배를 안 피우는 것처럼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각종 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세계에 머물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제는 ‘낙오자’의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디지털 라이프를 벗어나 막간의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며 막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든 디지털 기기와 잠깐의 단절을 실천하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