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자인 그룹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마초의사춘기.’ 이름만 들어도 독특한 감성이 묻어난다. 꽃과 식물이라는 전통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이 기업은 창립 5년 만에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에는 브랜드 창립자인 김광수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조경과 가드닝 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그 중심에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놓았다.
#패션 디자이너에서 자연 디자이너로
김광수 대표는 패션 디자이너 학과 출신이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의 유학 시절 처음 접했던 고급 가드닝 문화가 한국에서는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한 관리로만 머무는 현실에 의문을 품었다.
“건축과 인테리어가 다르듯, 가드닝도 조경이나 꽃꽂이와는 다릅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는 이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저는 이걸 바꿔보고 싶었죠.”
귀국 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김 대표는 안정적인 커리어를 내려놓고 자연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났다. 그때부터였다. 꽃꽂이와 조경으로 양분된 시장에 ‘자연 경험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렬한 ‘마초’와 섬세한 ‘사춘기’의 조합
브랜드의 독특한 이름에는 김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플라워 시장을 넘어서 ‘식물’에 집중하고자 했다. 브랜드 이름에 꽃이나 식물에 속하는 특정 단어를 넣지 않은 것도 이러한 철학의 일환이다.
“기존 플라워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줄 만큼 와일드하면서도, 한편으론 섬세한 감정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패션을 전공할 때도 여성복 디자인에만 집중했었고, 항상 섬세한 디자인을 추구했죠. ‘마초의사춘기’는 강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마초’는 기존 플라워 시장의 여성 중심 이미지를 깨뜨리는 도전의 의미를 담았다. 여기에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를 더해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조화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자연 경험을 디자인하다
마초의사춘기의 핵심은 자연을 활용한 경험 디자인이다.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거나 배치하는 것이 아닌, 공간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조경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와 함께한 스타필드 하남의 초대형 실내 조경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18m 높이의 대형 트리와 기차와 트럭이 움직이는 키네틱 장치까지 선보였다. 독특한 자연 공간이 구현돼 사람들이 실내에서도 자연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경은 단순히 공간의 장식이 아니라,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경과 공간 기획을 결합한 국내 유일의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마초의사춘기는 맞춤형 연출력과 시장에서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2024 대한민국 도시·지역혁신 산업박람회’에서 행정안전부 도시환경지역 환경 부문 장관상을 수상했다.
#폐쇄된 시장, 새로운 접근으로 승부하다
2019년, 마초의사춘기는 가드닝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몇몇 가드닝 스타트업들이 주목받으며 새롭게 떠올랐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김 대표는 이를 보며 기존 방식의 한계를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때 당시 유행했던 방식은 쿠팡처럼 새벽 배송을 적용하거나 24시간 내 전국 배송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런데 식물 시장은 단순히 빠르게 배송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죠. 사람들이 식물에 대해 아는 게 적었기 때문입니다.”
조경 산업은 거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폐쇄성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도로에 가로수가 자동차보다 많지만, 우리는 자동차 브랜드는 알면서도 가로수의 이름조차 모릅니다. 저는 이 상황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는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거나 배치하는 것을 넘어, 조경과 가드닝을 디자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잘하는 건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활용하는 것이었어요. 식물을 통해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개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식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죠.”
김 대표는 반려동물 문화의 발전 사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강형욱 소장님처럼 반려동물 문화와 교육을 형성한 전문가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시장은 없었을 겁니다. 단순히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많이 사세요’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그들과 어떻게 지낼지를 알려준 거죠.”
마초의사춘기는 같은 접근법을 식물에 적용했다. 단순히 구매를 권장하는 대신, 사람들이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식물을 많이 파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자연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를 증명하듯, 마초의사춘기는 GS칼텍스와 협업해 식물 중고 거래 플랫폼을 주요소 내에 구축했고, 데스커와 함께 강남에 자연을 활용한 공유 오피스 라운지를 여는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자연이 단순 장식이 아닌, 공간의 일부분으로 느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간 기획과 조경의 융합
마초의사춘기의 성공 비결은 전통적인 조경 회사나 단순한 공간 기획 회사와는 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 기획과 조경을 모두 할 수 있는 팀은 국내에서 저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사실 조경 플랜테리어 회사도 아니고, 공간 기획 회사도 아니에요. 그 중간에 있는 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조경 회사들은 공간 기획을 잘하지 못하고, 공간 기획 회사들은 조경 작업을 할 때 저희를 찾아요.”
이처럼 조경과 공간 기획을 결합한 독창적인 접근법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식물을 배치하거나 공간을 꾸미는 수준을 넘어, 공간의 목적과 식물의 역할을 모두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차별화를 이뤘다.
#팀 문화와 젊은 에너지
회사의 조직 문화 역시 창의적이고 실험적이다. 전공자 비율을 30%로 제한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을 채용하며 팀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다.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산업 자체를 확장하고 있다.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시장에 기여할 수 있어요. 우리는 관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또한 사내 문화는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의사결정이라는 독특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제가 생각하는 문화와 직원들이 느끼는 문화가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관계는 수평적으로 유지하되, 업무 지시는 수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조를 선호합니다.”
그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평적인 관계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명확한 의사결정 체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속도가 생명입니다. 수평적 관계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면서도, 중요한 결정은 효율적으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팀 리더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해, 각 팀이 신속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잦은 회의를 지양하고 빠른 실행력을 중시하는 ‘마초의 사춘기’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결국 팀이 강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실행력에서는 명확한 체계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자연과 함께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김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좋아하는 것을 시작해보세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장사가 아니라,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면 그것이 바로 창업입니다. 지식이나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의지입니다. 저도 자격증과 학위도 없이 시작했어요. 답답한 부분은 해외 서적을 찾아보며 스스로 공부했습니다. 직접 자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도전하세요.”
마초의사춘기는 내년부터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 교육의 방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단순히 분갈이 방법이나 식물 구매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미 갖고 계신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은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계획이에요. 그분들의 경험이 정답이고, 그 정답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마초의사춘기는 최근 협회를 설립하고, 민간 자격증 발급 권한을 획득했다. 내년부터는 자격증 발급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식물 관련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실질적인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김 대표는 식물 산업이 환경 보호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꽃집을 열든, 식물 편의점을 운영하든, 식물라이브러리를 시작하든,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자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겁니다. 분리수거를 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물과 관련된 산업군이 성장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가치를 체감하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자연스럽게 고취될 거라 믿습니다.”
#그린 디벨로퍼의 비전
마초의사춘기는 조경을 통해 공간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꿈을 품고 있다. 이를 기존의 부동산 개발과 차별화된 접근인 ‘그린 디벨로퍼(Green Developer)’로 정의했다.
“기존 디벨로퍼들은 건물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넣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경만으로도 부동산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단순히 자연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죠.”
그는 디즈니 월드의 애니멀 킹덤을 사례로 들며, 자연과 콘텐츠가 결합된 공간의 가치를 설명했다. “애니멀 킹덤은 연간 매출이 약 2조 원에 달합니다. 구축 비용이나 운영 비용이 백화점보다 훨씬 낮음에도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죠.”
김 대표는 그린벨트와 같은 개발 제한 구역을 활용한 유료 공원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40~60대 시니어 세대는 자연 경험과 여가 활동에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유료 공원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가 꿈꾸는 유료 공원은 단순한 자연 경험에서 벗어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와 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다.
“단순히 소떡소떡을 파는 공원이 아니라, 월드페리 도넛이나 나이스 웨더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공원에서도 쇼핑과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족과 세대를 잇는 자연
김 대표는 앞으로 10년 뒤, 50세의 자신을 상상하며 따뜻한 꿈을 이야기했다. 그 중심에는 가족과 자연이 있었다.
“10년 뒤에는 아마 제 자녀와 함께 제가 만든 공원들을 투어하며 자연을 즐기고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꼭 주고 싶습니다. 요즘 콘텐츠는 미디어나 자극적인 요소가 많잖아요. 저는 제 아이가 자연 속에서 놀며 성장했으면 해요.”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연에서의 경험이 가족 간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회상했다. “어렸을 때 누나와 함께 봉선화로 손톱을 물들이고, 기찻길에서 잠자리를 잡으며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작은 활동들이 우리 가족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아이도 그런 자연 속에서 오감을 느끼고, 가족과 함께 활동하며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자연이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세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이처럼 가족과 자연이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김 대표는 더 많은 자연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함께 유튜브를 보거나 쇼핑을 하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오감을 느끼고 활동할 수 있는 경험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앞으로도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며 찾아가고 싶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
김 대표는 비즈니스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과 관련된 산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일이 더 잘 돼서 규모가 커진다면, 연쇄 창업이나 사내 벤처 같은 모델을 통해 관련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1차, 2차, 3차 창업을 통해 더 많은사람들이 자연과 관련된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이처럼 ‘마초의사춘기’는 자연을 단순히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한 이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