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파업을 예고했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일본이라는 리스크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사측과 교섭을 재개할지와 파업 여부, 일정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일본 경제보복으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일본차 수요의 급감에 따른 국내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때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된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차 비중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무역보복에 따른 우리 국민의 자발적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경제적 피해도 감내하겠다는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때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긴급성명 낸 현대차 노조
노조는 휴가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 대비 70.5%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일본 무역보복으로 인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증가하면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긴급성명을 냈다. 긴급성명에는 “사측이 노조의 핵심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일괄 제시안을 내놓는다면 추석 전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악용해 노동자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우리나라 백색 국가 제외 결정으로 안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비상시국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파업을 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파업 비판 여론은 들끓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33회 국무회의에서 “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터에 일본의 경제공격까지 받고 있다”면서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이 총리는 “안팎의 어려움을 감안해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사측은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노사의 대립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파업 자제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파업 자제 요구가 나왔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하청업체들에게 어려움이 돌아가고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파업 자제를 당부했다.
이 부대표는 “노동자의 합법적 권리로 당연히 파업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지만 요즘 한국 경제의 현실을 조금 돌아봐야 한다”면서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도 “한일 무역전쟁으로 모든 국민들이 국산차를 사자고 외치고 있는 상황이고 중국, 인도, 미국 등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와중에 국산차 업계가 전면 파업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명분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회의론 꿈틀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회의론이 꿈틀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 판매가 지난해 상반기 보다 4.2% 감소했고,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파업을 할 경우 그 후폭풍이 고스란히 노조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현대차 노조는 물론이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체가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를 ‘귀족노조’로 불리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을 무시한 채 자신들만 살겠다고 파업을 할 경우 국내차 소비 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는 얼어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