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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우리는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이나 결과에 대하여 환경적. 남 탓을 하지만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것은 자신의 내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취업에 성공하면‘내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패하면 ‘세상이 공정치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을 때 부모님께 혼날 것이 뻔하기에 이런 문자를 보낸다.
“아니, 분명히 내가 열심히 하긴 했는데 갑자기 문제 형식이 달라졌지 뭐야. 갑자기 바뀌니까 당황해서 제대로 못 풀었어요.”
이것을 가리켜‘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고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거나 자부심을 방어하는 욕구 때문에 생겨난다. 자부심이 타인에 대하여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체면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책을 쓰는 저자들조차 이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자신의 능력 덕분으로 여기고, 초판조차 나가지 못하면 세상 대중문화의 저속함을 개탄한다.
롤프 도벨리의 다음과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기적 편향에 자주 걸린다. 내가 쓴 새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 나는 스스로 어깨를 툭툭 친다. ‘이건 분명히 지금까지 나온 내 책들 가운데 최고일 거야!’라면서. 그러나 그 책이 새로 쏟아져 나온 책들의 홍수 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면? 그때도 당연히 최고의 책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대신 한 가지 안타까운 이유만 덧붙여질 뿐이다. 비평가들은 시기심 때문에 내 책의 진가를 깎아내리는 글들을 쓰고 있고, 독자들은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식으로.”에밀리 프로닌은 이기적 편향이‘자기 관찰의 착각(introspection illusion)’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에 자기 관찰이라는 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겉에 나타난 행동으로 평가한다.
에리히 프롬은 ‘인간의 마음’에서 히틀러 치하 일부 독일인들의 그런 심리 상태를 ‘집단적 자기도취’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우리 모두는 동시대에 같이 살아가는 공동운명체다. 후손을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남겨줘야 하는 의무와 시대적 소명이 있다. 이런 진지하고 숭고한 사명을 내 버리고 이기적 편향의 포로가 된다는 것은 안타깝다. 눈에 보이는 것만 인정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소인배 의식으로 무장하는 모습에서 정말 알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