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1950년부터 1973년 석유파동이 있기 전 까지 선진국 경제는 ‘자본주의의 황금기(golden era of capitalism)’로 불릴 정도로 고도성장을 했으며, 당시 국제무역 환경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수출주도형 공업화 및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성과를 거두는데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이 시기에 한국경제는 1960년대 초 수입대체 공업화 전략에서 탈피, 수출주도형 전략 전환을 하고, 1973년 이후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화학·철강·비철금속 중간재 산업과 기계·조선·전자의 최종재 산업 등 6개 중화학공업 육성(1973-1979)이 성공하면서, 독일·일본에 이어 제조업 선진국가로 발돋움 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1971-1979년 산업과 수출 구조는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중심에서 자본집약적인 중화학공업으로 변화하였고, LG화학, POSCO,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설립되거나 크게 성장했다. 당시 만들어진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무역구조가 현재 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수출이 지대한 역할을 했는데,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이후 50%를 초과하게 되며, 2013년에는 중화학공업 수출 비중이 90%를 초과하게 된다. 1965년 세계 수출에서 0.1%에도 못 미쳤던 한국의 수출은 2013년 세계 수출 점유율 3%(5,600억$)를 기록하며 세계 7대 수출국으로 도약하였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대두와 자유무역 확대, 미국의 공산품 시장 개방 등 우호적인 세계무역 환경에서 한국 경제는 1980년부터 1997년 까지 연평균 8.5% 성장하였으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가 발생했다. 1982년은 단기 외채를 갚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안보협력 명목으로 50억$를 차입하여 외환위기를 막았으나, 1990년대 들어 추진한 금융자율화와 단계적 자본시장 개방 이후 두 차례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첫 번째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 원인은 단기외채이다. 경영부실로 8개 재벌이 도산하면서 시중은행과 30개의 종금사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1,000억$에 달하는 단기외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도쿠쇼쿠 등 많은 일본 은행들이 국내 부동산 버블 붕괴로 파산하여 대한국 투자 및 대출자금을 회수하면서 외환위기가 시작되었다.
한국경제 위기 중 가장 두드러진 위기였던 1997년 IMF사태를 맞아 한국은 1998년에
–5.1% 역성장을 했지만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운용, 산업 및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IMF 구조금융을 조기에 상환하였다. IMF 미셸 캉드 총재는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을 예견하며 “가면을 쓴 축복(Blessing in Disguise)”라고 말했다. 그러나 1997 외환위기 극복과정은 고용악화·양극화·출산율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으며 1970년대 10%대, 1980년 9%대, 1990년 6%대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4%대로 하락하였다.
두 번째 외환위기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 은행부문의 과다한 외화부채에서 비롯되었는데, 2008년 10월 미 연준과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환위기가 진정되었다. 아울러 적극적인 재정투입 외에 4조 위안(775조원)에 달하는 중국의 초대형 경기부양과 중국의 9-10% 고성장 덕분에 2009년 세계 경기대침체(Great Regression) 시기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0.8%)을 했다.
2022년은 글로벌 코로나-19의 변형 확산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간 경제·군사적 갈등으로 자유무역이 축소되고 세계화가 끝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장하준 교수는 “지금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1929년 대공황 발생 시 세계경제는 높은 부채, 투기 및 국제수지 불균형으로 디플레이션을 불러와 10년 이상 장기침체를 겪었지만, 자동차·화학·항공 산업이 등장해 경제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금융위기, 에너지 위기, 대중 무역적자 발생 등 복합위기 상황에 더하여 국내적으로 세계 최고 저출산율(0.83), 급속한 고령화, 생산 가능인구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과도한 규제의 취약점을 갖고 있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이 장기 경제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성장과 번영은 인공지능, 자율자동차,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 기술에 많은 투자와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통해 신산업과 첨단기술기업을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앞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인구에서 나온다. 윤석렬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하여 경제성장과 안보를 최우선하면서 동시에 시대적 과제인 저출산과 양극화 해소를 정부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하여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이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복지, 고용, 물가안정을 동시 추구하여 세계 5위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좋은 참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