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2011년 8월 26일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책임을 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날이다.
8월 1일 오 시장이 발의하고 8월 24일 주민투표가 실시됐지만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면서 오 시장은 이날 사퇴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적 파장을 상당히 많이 낳았고,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은 계속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날 사퇴는 역사를 바꾼 분기점이 되기도 한 날이다.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서울시의회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하면서 그해 12월 1일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됐다.
서울시 2011년 예산안 20조 6천척원 중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이 신설되면서 서해 뱃길과 한강 예술 섬 사업 등 서울시의 주요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에 오 시장은 반발하면서 1월 10일 무상급식 전면 실시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하였으나 의회는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8월 1일 주민투표가 발의됐고, 주민투표 일을 24일로 확정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반대했고, 민주당은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투표 자체가 무효화되는 투표를 하지 말자고 운동을 벌였다. 이에 오 시장은 주민투표 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개표가 무산되면 무상급식은 계속 유지되며 오 시장은 시장직에서 사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25.7%로 주민투표 개표가 무산되면서 그것이 현실화가 됐다.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게 패배한 상황에서 주민투표 개표도 무산되면서 오 시장은 사실상 식물시장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오 시장은 이틀 후인 26일 사퇴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패배한 게 아니다”면서 만류를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10월 26일 재보선이 치러지게 됐다. 해당 재보서는 안철수 열풍을 등에 업은 박원순 통합야권 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대결해서 승리를 했다. 그런데 선관위 DDOS 공격 사건이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됐다.
결국 홍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를 하고 비대위 체제로 들어서게 됐다. 이로써 수면 아래에 있던 박근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전면 나서게 되면서 14년 동안 써왔던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바꾸게 됐다.
그리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영입해서 쇄신을 거듭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에서 승리를 하면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통해 승리를 거머쥐면서 새누리당 친박계는 사건사고를 터뜨리면서 몰락을 자초했고, 2016년 총선에서 122석을 차지하면서 민주당에게 1당을 넘겨주게 됐다. 그리고 2017년 촛불혁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만약 오 시장이 당시 사퇴를 하지 않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자연스런 계승을 거쳤다면 친박계가 오만해지지 않으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