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나오자마자
핵심 줄거리는 돈 쓸 일만 생기면 수전증이 도지는 수전노 스크루지가 하룻밤 새 딴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줄거리에 사람들이 감동을 하면서 빨간 표지의 5실링짜리 초판 6000부가 크리스마스 이브 전에 동이 났었다. 그만큼 영국 독자들은 크리스마스 캐럴 소설에 열광을 했다. 열광한 이유는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를 제대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스크루지로 대변되지만 영국의 기득권은 부의 재분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로 인해 영국의 많은 서민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죽을테면 죽으라지
크리스마스 캐럴 소설에는 기부금 모금자가 모금활동을 벌이는 것이 있다. 기부금 모금자가 “선생님, 생필품이 부족한 사람이 수천명. 기본적인 생활도 힘겨운 사람들이 수만명에 이릅니다”라고 하자 스크루지는 “구빈원으로 보내는 게 어때요?”라고 답변했다. 이에 기부금 모금자는 “그곳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 가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사람들도 많고요”라고 하자 스크루지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면 그렇게들 하라고 하시오. 남아도는 인구를 줄이고 좋구먼. 외람된 말이지만, 난 그런 일은 도통 모르오”라고 답변을 이어갔다. 이는 맬서스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맬서스 이론은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복리후생을 사회 구성원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없는 사태가 온다는 것이다. 고전주의 학파의 맬서스 이론이 오늘날에도 적용되면서 산아제한을 외치는 나라가 많다. 다만 우리나라는 산아제한 정책의 후폭풍으로 인구 고령화 사회가 됐다. 이런 점에서 찰스 디킨스는 맬서스 이론에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부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소설에서 나타냈다.말리는 죽었다
소설은 “말리는 죽었다”로 시작한다. 직원 크라칫의 아들이 결국 병으로 숨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 속에서는 어린이들이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이는 디킨스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디킨스는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씩 일을 했어야 했다. 산업혁명은 영국 빈민층 아이들에게 책 대신 공장의 기계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에도 10시간 이상 일을 했지만 부가 쌓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 산업혁명 당시 부의 50% 이상은 극소수 기득권층에게만 몰렸기 때문이다. 디킨스는 소설을 통해 이런 기득권층이 부의 재분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스크루지가 마지막에 개과천선해서 구두쇠에서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것처럼 영국의 기득권층이 스크루지가 아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하는 그런 계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것이다. 흔히 동화 즉 어린이들이 읽는 소설로 생각했던 올리버 트위스트나 성냥팔이 소녀, 크리스마스 캐럴 등은 산업혁명 시대의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고발한 사회고발 소설이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