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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은 날로 증가하는 인구와는 달리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류가 공공재인 천연자원을 남용한다면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68년 12월 13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공유지의 비극>은 '목초지의 비극'이었다. 공유자원은 강제규칙이 없을 경우 사람들의 무임 승차로 인해 파괴된다는 이론이다. 개인 땅에는 양들이 먹을 풀을 감안하여 더 이상 양을 늘리지 않지만, 마을 주민들의 공유지에는 앞다투어 더 많은 양들을 방목했다.
결국 목초지는 양들로 붐비게 됐고, 풀이 자라는 속도보다 양이 풀을 뜯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결과 목초지는 풀이 거의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
공유지의 비극이론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극대화하면 공동체나 사회 전체는 물론 자연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이 이론의 밑바탕에는 공유자원을 자신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남용하면 결국 사용하지 않은 자신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타인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 공유 자원의 남용 책임이 불특정 다수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자기 하나쯤은 상관없다는 '이기심'도 자리하고 있다. 그밖에 도로 이용료가 없다면 무분별하게 차를 가지고 나와서 교통지옥을 만든다. 대기오염도 피할 수 없게 된다.
2022년 11월 15일부로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 20년 전 60억 인구에서 엄청 늘었지만, 2070년에는 103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출산의 비극으로 총인구가 2022년 5200만 명→2070년 3800만 명, 생산연령인구 구성비 73.4→46.1%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16.8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양 부담이 세계 1위가 된다.
더욱 충력적인 사실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75년에 말레이시아·나이지리아에 뒤지며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됐다(현재 12위). 2040년대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0.8%로 비교 대상 24개국 중 23위(일본이 0.7%로 24위)가 된다고 적혀 있다. 한국의 예상 경제성장률 수치는 끔찍하다. 2050년대 0.3%, 2060년대 -0.1%, 2070년대 -0.2%. 주요 국가 중 40년 뒤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진단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암울한 예측의 원인은 인구 절벽이다. 한국인이 게을러져서도 아니고, 전쟁이 나서도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로 전 세계 최하위다. 좁은 국토에 인구가 주는 것도 괜찮다는 이들도 있겠지만, 저출산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학생 감소에 따른 대학 존립, 징병제 존속 위기, 필수 노동력 부족 등의 충격이 뒤 따른다. 특히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지면서 생산과 소비 위축 그리고 수요를 줄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출산은 엄연히 개인의 선택이고 권리다. 젊은 세대에게 출산을 권장하던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생애 전반에 걸친 인구정책을 펼쳐야 한다. 생애 주기별로 공감과 촘촘하게 짜인 인구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