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새만금 잼버리’…정부는 남탓, 기업들 나섰다
위기의 ‘새만금 잼버리’…정부는 남탓, 기업들 나섰다
  • 박영주 기자
  • 승인 2023.08.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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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샤워실 등 기본 인프라 미비, 바가지‧위생 논란까지
삼성‧LG 필두로 HD현대‧이마트‧쿠팡·SPC‧GS25‧다이소 등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전북 부안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주요 민간기업들과 지자체들이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새만금 잼버리가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자,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3개월 남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결정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발빠른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삼성‧LG‧HD현대‧이마트‧SPC 등 다수 기업들이 필요한 비품 지원에 나섰으며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발맞춰 서울·부산‧속초 등 지자체들이 대체 관광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전경. /사진=파이낸셜리뷰 DB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전경. /사진=파이낸셜리뷰 DB

시작부터 엉망진창…온열질환자에 벌레물림 환자 속출
화장실‧샤워실 등 기본 인프라 미비, 바가지‧위생 논란까지 

새만금 잼버리는 시작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개막 이틀 만에 온열질환자가 400명 넘게 속출했고, 이어진 장마에 야영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면서 참가자들이 웅덩이 위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친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습한 지역에 서식하는 ‘화상벌레’에 물린 환자들도 늘어났고, 인근 편의점에서는 바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참가자들에게 지급된 구운계란 일부에서 곰팡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기본적인 인프라도 미비했다. 화장실은 푸세식 화장실이었고 그나마도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거나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많았다. 샤워실은 천막으로 돼있어 외부에서 쉽게 들여다보이고 하수구가 막혀 오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일들이 속출했다. 잼버리 야영장 내 여자 샤워실을 훔쳐보던 외국인이 발각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2017년 8월 새만금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확정된지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행사는 형편없는 수준만 보여줬고 미국‧영국 등 주요 참가국이 철수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SNS 등을 중심으로는 새만금 잼버리를 ‘오징어게임’에 비유하며 생존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쏟아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새만금 잼버리를 둘러싼 논란이 ‘부산엑스포 유치’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당초 정부와 재계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국제행사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를 치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계획이었지만, 기본적인 준비조차 돼있지 않은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에서 지원한 에어컨 장착 간이 화장실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에 설치되고 있다. /사진=삼
삼성에서 지원한 에어컨 장착 간이 화장실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장에 설치되고 있다. /사진=삼성

기업들, 새만금 잼버리 ‘심폐소생술’…지원 쏟아져
삼성‧LG 필두로 HD현대‧이마트‧쿠팡·SPC‧GS25‧다이소 등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이 선봉에 서서 새만금 잼버리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삼성은 에어컨이 장착된 간이화장실과 살수차, 발전기 등을 보낸데 이어 신입사원 150여명을 현장에 파견해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또한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오픈 캠퍼스’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으며, 이온음료 10만개와 비타민음료 10만개 등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포함해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의료지원단을 파견해 의료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LG는 넥쿨러 1만개,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냉동탑차 6대 등을 지원한데 더해 규모를 늘려 생수와 이온음료 20만병을 추가 지원하고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MQ텐트) 300동 역시 지원키로 했다. 

계열사인 LG생활건강과 LG유플러스 등을 통해 여행용 생활용품 세트와 비누, 세제, 모기기피제 등 위생용품 5만개를 제공하고, 5G 무선 와이파이 라우터, 유선와이파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HD현대는 임직원 봉사단 120여명을 잼버리 대회 현장에 파견해 대회장 위생‧안전관리 지원에 나섰으며, 포스코는 쿨스카피 1만장 지원에 나섰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생수 70만병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SPC그룹은 매일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빵 등을 참가자에게 제공키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선크림 4만개를 현장 지원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박카스‧포카리스웨트‧마신다 등 제품을, 쿠팡은 화장지 2만3000개를 비롯해 비누·살균소독제 등 제품 지원에 착수했다. 

편의점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GS25는 지난 4일부터 생수를 하루에 4만개씩 무상으로 공급하고 그늘텐트와 냉방설비를 지원했다. 곰팡이 계란 논란이 일었던 아워홈은 잼버리 조직위와 협력해 식재보관 및 운반설비 강화 등 보완대책을 실시키로 했으며 대원들에게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류를 대폭 지급하도록 식단구성을 조정했다. 

아성다이소는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쿨스카프 4만5000장을 지원했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냉동생수 10만병을 공급, 대한상공회의소는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개를 긴급지원했다. 기업들 뿐만 아니라 경제단체들도 팔뚝을 걷어부친 모습이다. 각 기업 관계자들은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원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조기 퇴영한 일부 참가국 스카우트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는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수 있는 관광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고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모든 스카우트 학생에게 실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서울‧부산‧경북‧속초 등이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서울시는 12일까지 예정된 ‘광화문광장 서울썸머비치’ 축제를 15일까지 연장하고, 물놀이장을 추가 설치했으며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세종썸머페스티벌’은 스카우트 대원이라면 사전예약 없이 무료입장 가능토록 했다. 서울시티투어버스와 한강유람선 할인도 진행된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 월미도, 아라뱃길, 강화도 등을 활용해 잼버리 참가자들이 지역 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으며, 숙박편의를 위해 가용한 지역호텔을 연계하고 방학 중인 인천대학교 기숙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대회 참가자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와 해운대‧태종대 등 주요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코스를 마련할 예정이라 밝혔다.

대전시도 잼버리 참가자들이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한밭수목원·곤충생태관·천연기념물센터 등 도심 속 문화생태 체험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시는 경주엑스포 대공원과 황룡사지 잔디광장 등 일대에 하루 평균 5000여명을 수용할수 있는 야영장을 확보하고, 숙소도 마련했다. 불국사‧석굴암‧황리단길 등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속초시는 대회 참석에 앞서 덴마크 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무르며 지역 명소를 탐방한 만큼 설악산 등 대표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전경. /사진=파이낸셜리뷰 DB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전경. /사진=파이낸셜리뷰 DB

1000억원 넘는 예산 다 어디갔나, 정치권은 남탓만

2017년 8월 전북 부안 새만금 일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예산은 약 1170억 가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잼버리 개최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6조원까지 계산됐다.  

국비 302억원과 도비 409억원을 비롯해 지방비 419억원, 참가비 등 자체수입 400억원, 옥외광고 49억원 등으로 구성됐지만 이중 70% 이상에 달하는 869억원은 조직위 운영비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인프라 구축에는 30%조차 되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다. 

이를 놓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전임 전북도지사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실운영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카눈’이 북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한 대원 대부분이 철수를 앞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잼버리 조직위원장은 당초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전북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2인 체제였지만,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공동조직위원장에 임명돼 5인 체제가 됐다. 실무를 담당하는 집행위원장은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맡고 있다. 잼버리가 파행 국면을 맞으면서 이들 모두에 대한 책임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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