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역할 대행 적절한가
이렇게 최근 5년간 무직인 신 부대표의 경력은 한국벤처가 기존 사내이사를 부대표로 조정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벤처는 부대표직 신설에 관해 “9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의 위상을 고려해 대표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부대표직 신설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밝혀왔다. 민간자금의 출자를 유도하기 위한 한국벤처의 모태펀드는 중기부·문체부·과기정통부·고용부·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해 조성되는 펀드로 부처별 출자 목적 및 특성에 따라서 운영된다. 올해 9월 기준 약 9조 원이 조성·운영 중이며, 모태펀드의 회수액도 약 3조8천억원에 달한다. 민간자금 출자까지 합치면 자펀드는 38조500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신 부대표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영화분야는 모태펀드 전체로 보면 비중이 미미하다. 최근 5년간 모태펀드 누적 출자현황을 살펴보면 총 17조8천억원 중 중소기업진흥에 7.7조원, 혁신모험 3.6조원, 문화 1.4조원, 특허 1.3조원이 쓰였다. 문화계정과 별도로 운영되는 영화계정은 2376억원으로 전체 출자금 1.3%밖에 되지 않는다. 부대표직(사내이사)은 모태펀드를 총괄해 운용하고 특히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진흥계정을 전문성 있게 들여다보는 인사여야 했기에, 이전 사내이사는 중기부 출신의 인사가 주로 임명돼왔다. 하지만 현재는 전문성도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인사가 급하게 임명된 것이다.추천에서 승인, 의결, 임명까지 이틀만에 초고속
이와 함께 신 부대표 임명과정은 기관장의 추천에서 중기부 장관의 승인, 주총의 결의, 이사회의 의결까지 단 이틀 만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관장의 추천과 중기부 장관의 승인은 어떠한 증빙 문서도 없는 구두 추천과 구두 승인으로 처리됐다. 이동주 의원에 따르면 한국벤처는 지난달 21일 유웅환 대표이사가 신 부대표를 추천했고, 같은 날 이영 중기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앞선 19일부터 23일까지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하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한국벤처는 추천과 승인이 모두 구두로 이뤄졌다고 했지만, 이를 확인할 어떠한 공문서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대표이사의 추천과 장관의 승인이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된 후 한국벤처는 21일 곧장 주주총회 소집통지서를 발송했다.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해야 하는 이사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소집통지부터 한 것이다.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10차 이사회는 다음날인 22일 개최됐고, 같은 날 주주총회와 신 부사장을 최종 임명하는 11차 이사회가 모두 같은 날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신 부대표 임명에 이동주 의원은 “전문성도 경험도 없는 낙하산 인사를 대표가 구두로 추천하고 장관이 구두로 승인한 것은 최악의 인사행정”이라며 “자격 미달 인사에게 수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 또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과거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는 인물에게 중소·벤처기업의 출자까지 맡길 수는 없다”라며 “중기부와 한국벤처는 신 부대표 선임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